“러 정부, 유럽서 자금세탁·암살에 마피아 활용”

- 유럽외교관계위 보고서

“정보기관 개입 은폐에 이용
러시아 정부 고도로 범죄화
안보 문제로 보고 대응 필요”

해킹 등을 통해 서방 국가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이러한 범죄에 러시아 마피아를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정부가 자신들의 개입을 감추기 위해 사이버 공격은 물론 반정부 인사 암살 등에도 러시아 마피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27일 도이치벨레에 따르면 국제 관계 연구기관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는 최근 ‘크렘린은 어떻게 유럽 내 러시아 범죄 네트워크를 사용하는가’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 정부가 유럽 내에서 저지르는 사이버 공격이나 반정부 인사 암살, 자금 세탁 등에 러시아 마피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 진출한 러시아 마피아는 유럽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으며, 비(非)유럽인 밀입국과 불법 무기 밀거래 등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는 오스트리아와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몬테네그로 등에 운용 조직을 만들어놓았으며, 영국과 스위스, 그리스, 불가리아, 라트비아 등을 자금 세탁 허브로 활용 중이다.

보고서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과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들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해 범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국가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러시아 마피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개입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본국 정치에 위협이 되는 반정부 인사들을 암살하는 데도 러시아 마피아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 인사의 자금 세탁에도 러시아 마피아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마피아는 러시아 정부가 서방 단결력 약화를 위해 벌여왔던 작전보다 더 위험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러시아 정부는 고도로 범죄화됐다”면서 “범죄적 ‘하부세계’(underworld)와 정치적 ‘상부세계’(upperworld) 간 상호침투가 러시아 정부로 하여금 지배 수단으로 범죄를 종종 이용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범죄만이 아니라 안보의 문제로도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이 모두 함께 이 위협에 보다 강경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범죄 조직 불법 자금 및 자금 세탁 수사 △정보기관과 수사 기관 간 협조 관계 구축 △수사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지원 강화 등을 주문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