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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8일(金)
“大選판 ‘분노장사치’들 판쳐… 모든 문제를 대기업에 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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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선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경제 민주화 논의는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모든 문제를 대기업에 귀속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지난 18일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있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카이스트 홍릉캠퍼스는 봄 내음으로 가득했다. 파릇파릇한 수풀 속에 카이스트 경영대학 강의동들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위로 촉촉이 봄비가 내렸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에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를 만났다. 교수 연구실과 수펙스경영관 라운지를 오가면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커피를 가득 건네주었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따뜻한 커피를 홀짝거리며 ‘매우 우호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인터뷰 주제는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한 듯 어둡고 묵직할 수밖에 없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경제 신봉자인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다.

―대선후보들의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다. 문 후보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규제프리존(정부가 신성장 산업 기반 마련과 지역경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특정 지역에 한해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고 통신 분야에선 또 어마어마한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보기술(IT) 쪽 모임에 가선 정보통신 관련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말한다. 똑같은 산업에 대해 한편으론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한편으론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문 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다. 그리고 방법론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금 누가 집권을 해도 소수 정당인데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재난 제로 사회를 약속했는데 사실 재난 없는 사회는 없다. 귀에는 솔깃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높다고 하니 노인 빈곤 제로 사회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노인 빈곤율이라는 정의가 소득 중앙값 반 이하를 가리키는 상대적인 통계이기 때문이다. 절대 제로가 나올 수가 없다. 포퓰리즘적 공약만 앞세우다 보니 신뢰성이 가질 않는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규제 혁파, 노동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 증대, 기업 기 살리기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다른 후보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치르게 된 이번 대선에선 보수 정권에 대한 환멸, 경제 침체로 인한 고통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좌성향 대선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들의 경제 공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포퓰리즘적이어서 신뢰감이 떨어지고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가 혼용돼 사용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도 그의 견해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 민주화란 개념은 다소 막연하긴 한데 우선 상법 개정안같이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모든 문제, 특히 경제 관련 대부분 문제를 재벌로 귀속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대주주 경영권 제한 제도 도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경제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 같은데 문제가 많다. 주주라고 해서 다 같은 주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주주처럼 장기적인 발전에 관심을 갖는 주주가 있고 이와 상관없이 주가만 올라가면 되는 사람도 있다. 벌처펀드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주주 모두를 회사의 이익을 원하는 동일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해외에선 왜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이 부여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하나는 국가가 시장을 지정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유통회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것 등인데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해외에선 경영권 보호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해외에선 대주주 경영권 보호 장치가 많다. 가령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나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와 같은 기업의 대주주들을 보면 지분은 많지 않지만 차등의결권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경영권의 8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차등의결권은 이사회에서 부여하는 권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주당 하나의 권한만 가질 수 있지만 해외에선 대주주 등 특정인에게 1주당 다수의 의결권을 갖게 해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 참고로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1주당 200인 의결권을 부여받고 있다. 물론 이사회에선 특정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차등의결권 권한을 빼앗는다는 제한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 포이즌필 제도는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 등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 적대적 M&A 시도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왜 해외 기업 이사회에선 대주주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미국 모토로라, 핀란드 노키아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순식간에 망해버린다. 망한 이유를 보면 상당 부분이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린 탓이 크다. 아마존은 창립 이후 어마어마한 적자를 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데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제때 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 기업 가치가 계속 커지고 있다. 경제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의사결정 속도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나라 오너 경영의 장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골목상권 보호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은 국가가 시장에 대해 개입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말이 되느냐. 옛날 다방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제일 큰 것은 스타벅스다. 만일 스타벅스가 없었다면 대기업들이 카페 한다고 난리 났을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올해 만두 매출 목표가 국내외 합쳐 1조 원이다. 중소기업 보고 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어떤 사업이든 혁신을 하고 남 못하는 것을 하면 어마어마한 사업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과 중소기업 비중이 너무 크다. 그래서 통계도 왜곡돼서 나타난다. 긴 노동시간은 대기업의 연장근로 때문이 아니라 자영업자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친구 중 한 명이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차렸는데 아침 10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는다. 준비하느라 오전 9시 출근하고 정리를 마친 뒤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노동시간이 100시간이 넘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영국 자영업 비중 5%, 일본 11%, 우리나라 30%다. 망하기도 많이 망하고 노동시간도 많이 들어간다. 프랜차이즈 생존율과 자영업 생존율 중 뭐가 높은가. 왜 개인에게 경제적 자유와 프랜차이즈 선택권을 제한하는가. 자영업자 입장에선 프랜차이즈에 편승하는 게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길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자영업자 몰락을 오히려 더욱 재촉하는 것이라고 본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왜 그런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감정적인 언어, 통계 조작 등을 잘 활용하면서 이를 사회문제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에 제한을 가하지 않을 경우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된다는 식으로 위협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 논의에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사람들, 두 번째는 이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인데 경제 민주화 주창자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재벌 문제에 귀속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분노장사치’들이 너무 많다. 분노를 팔아서 책을 팔고 정치권에서 인기와 권력을 잡는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상황을 왜곡하고 경제 정책을 오도한다. 인과관계도 잘 안 따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득을 챙긴다. 우리나라에 대기업이 있건 없건 발생하는 문제를 대기업에 귀속시켜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물론 돈을 잘 버는 것에 대해 배가 아플 순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과관계를 잘 따지지 않고 대기업 탓만 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는데 사례를 들어달라.

“빈부격차 확대가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이 대기업 때문에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화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재벌이 없는 미국에선 왜 분배 구조가 우리나라보다 빨리 악화하는가. 미국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아버지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보고서를 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재벌이 아닌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와 삼성그룹의 정유라 지원 액수를 비교해 보자. 액수만 놓고 보면 비교 대상이 안 된다. 대우조선해양도 분식회계로 파산한 미국의 엔론도 재벌 부정 사례가 아니었다.”

―소위 분노장사치들이 통계 조작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례를 들어달라.

“분노장사치들은 근로자 소득격차 확대를 문제 삼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 영역 확장 탓이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005∼2010년 사이 세계의 노동자가 2배로 늘었다. 중국과 인도 노동자들이 세계 경제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를 그레이트 더블링이라고 표현한다. 15억 명에서 30억 명으로 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저임금 근로자들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쟁이 급격히 늘어났다. 공급이 늘어났으니 임금이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 저임금 근로자도 중국이나 인도 근로자들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디자인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이나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고급 근로자들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스마트폰을 디자인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휴대전화 마케팅 전략을 짜는 근로자는 예나 지금이나 돈을 많이 받지만, 저임금 근로자는 중국, 인도 등의 저렴한 노동력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기술 레벨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분노장사치들은 이를 대기업 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다.”

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경제의 특징인 동시에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경제 민주화 논의 역시 대기업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교수는 대기업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를 해왔다. 그는 대기업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대기업은 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돼 왔나.

“어떤 사회현상이라도 그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대기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계열사 내지는 순환출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 집단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대개는 한 가문이 지배하는 지배구조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순환출자나 상호출자에 의해 투자가 이뤄졌느냐.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만드는 데에는 이런 방법밖에 없었던 탓이 가장 크다. 외국처럼 벤처 캐피털이나 투자은행(IB)이 설립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을 바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자본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융자 아니면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은행 이자율이 워낙 높아 융자를 통해 회사를 세우면 경쟁력을 지닐 수가 없었다. 결국 자기 돈으로 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도 늘 대기업의 약한 고리로 지적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업의 소유와 분리가 관행화된 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불과하다. 여전히 패밀리 비즈니스가 주를 이룬다.”

―문어발 사업 행태도 대기업의 폐해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이 역시 역사적 연원이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보면 다각화를 많이 한 기업들만이 살아남았다. 어설프게 전문화를 추진하거나 경험 없는 2세에게 빨리 물려준 기업들이 망했다. 다각화라는 것은 주식 투자와 똑같다. 불확실성이 큰 사회에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격에 약하다. 우리나라에선 어제 되던 장사가 오늘 안 되는 등 모든 게 빨리 변하니까 기업 입장에선 이러한 불확실성에 맞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했다. 맥킨지 보고서를 보면 신흥시장에선 다각화를 하는 게 수익률이 높고 선진국에선 시장이 크고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각화 수익률이 낮아진다. 롯데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만일 롯데그룹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업을 했다고 하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피해를 보겠는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이 기업의 위험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화하라는 것은 충격에 죽으라는 얘기다.”

―가족 경영으로 인한 폐해도 지적되고 있는데.

“가족 경영은 몇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소액주주를 희생시키고 가족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족 경영을 벗어난 대안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경영과 소유의 분리인데 그래서 잘된 기업이 있는가. 기아자동차가 망했고 대우조선해양에선 분식회계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 외국에선 경영을 직접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다른 기회를 찾는 게 수익률이 좋다. 전문 경영인을 뽑는 것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전권 대리가 되는 경우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고 하면 정권의 노획물이 돼버리기 때문에 작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유, 경영 분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투자은행과 벤처 캐피털이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 이런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소유, 경영 분리만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기업 오너가의 경영 승계가 고착되면서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같은 사람은 우리나라 경제의 모든 문제가 세습 자본주의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부자 중 자수성가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며 세습 자본주의가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나라별로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 가령 우리나라 1970년대로 돌아가서 부자들을 조사하면 100%가 자수성가일 것이다. 가령 중국에선 산업화를 이룬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수성가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세계의 부자 순위를 매기는 포브스의 자수성가 정의 자체도 아주 자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사업자금으로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로부터 1000만 달러를 받았다. 이를 종잣돈으로 몇 배 키웠기 때문에 자수성가라는 것이다. 또 자수성가 사례가 많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령화,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문제가 없는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게 문제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것을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고 세습 자본주의를 원인으로 보지 않는 게 타당하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과정에서 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임금격차가 적은 나라에 속한다. 재분배를 많이 할 이유가 없는 나라다.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하지만 지니계수로 보면 OECD에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재분배 후의 분포를 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분배 상태가 나쁘지 않다. 최근 노인연금을 올리면서 사실 어느 정도 개선이 됐다. 그리고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너무 안 낸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국가 부채를 늘리는 데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원을 늘리는 게 맞는다.”

―대기업, 중소기업 임금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심각한 문제다. 임금격차가 크다는 얘기는 사실 인적 교류가 안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 근로자는 중소기업에 가지만 중소기업에선 대기업 가기가 어려운 구조다. 고급 근로자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에선 월급 300만 원 받는 사람도 많이 없고 거의 최저임금, 연장근로, 휴일 근무 등으로 소득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타협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한번 뽑으면 해고를 못하니 함부로 고용을 하지 못한다. 일이 몰렸다 줄었다 하는데 신축성 있게 고용과 해고를 하지 못하니 일의 수요가 많아지면 있는 사람에게 더 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시장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다.”

―4차 산업혁명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다른 국가에서 하는 온갖 실험을 하나도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잘 대응할 수 있겠나.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지도다. 구글을 위해 개방하자는 게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별 호응이 없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나오면서 자율주행자동차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 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게 길 찾는 것인데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재 스마트폰 앱 중 80%가 위치정보를 활용하고 있고 이 분야 글로벌 스탠더드가 구글 지도다. 구글 지도가 안 되면 실험조차 할 수 없다.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 관광을 와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구글 지도를 활용해 식당을 찾아갈 수가 없다. 기득권 이익집단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가. 4차 산업혁명은 달나라에서 하자는 이야기인지.”

―우리 사회는 어떤 경제 방식을 추구해야 하는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을 보면 어떤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원칙이라는 게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조정시장경제, 영미 계통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노선을 한 가지로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행정력에 바탕을 둔 조정시장경제를 선택했다. 그러나 자유화되면서 정부의 권위가 와해됐다. 자유시장경제로 가든지, 북유럽처럼 이익집단들이 합의해 나가는 조정시장경제로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IMF가 외환위기 당시에 내놓은 것이 자유시장경제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는 극단의 북유럽 국가로 가자는 것이다. 문제는 조정시장경제의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인데 과연 우리나라의 낮은 신뢰 수준을 고려하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기능을 믿고 자유롭게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원칙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택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차기 정부는 대선 이후 어떤 식으로 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탄핵이라는 것을 예외적인 상황 즉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기간에 국회가 탄핵을 두 번 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인데 시민들의 광장 정치 참여를 찬양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여론에 순응하는 정치가 민주화의 진전인지 법치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게 민주화의 진전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난 제도화의 전진이 민주화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경제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복지와 관련해 지킬 수 없는 약속들로 지출을 많이 했는데 지금 공약들은 훨씬 과격하다. 공약대로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2012년부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소비가 계속 하향 추세다. 2012년부터 생산자 물가지수도 계속 마이너스다. 저금리, 저물가는 저고용으로 가고 그대로 침체로 빠지게 된다. 이미 축소지형 침체 경제로 가고 있다.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깨어 있는 리더십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인터뷰 = 유회경 차장(경제산업부) yoology@
정리 =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국제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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