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공수처보다 검찰개혁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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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검찰이 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일조하고 전직 대통령이 된 그를 구속해 기소까지 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지만 지금 검찰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5·9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들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분리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에 대한 여론 지지도 높다. 두 사안 모두 검찰이 사활을 걸고 반대해 온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장차관, 국회의원, 판검사 등의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에 대한 여론의 뜨거운 지지는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친구 회사의 주식을 공짜로 받아 130억 원대의 차익을 남긴 진경준 검사장, 수백억 원대의 수임 비리에 얽힌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사건에 이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구속 기소를 거치면서 형성된 검찰 비판 여론이 공수처 지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지금 검찰이 보여주는 문제들이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발의된 공수처 관련 법에 따르면 국회가 실질적인 구성권을 행사하고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으로 수사 요청도 가능하기에 공수처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수사권·기소권을 쥔 공수처의 출현은 검찰 체계를 흔들게 된다. 특별검사제도까지 합치면 1국가에 3개 검찰을 두는 셈이다. 대통령 임기 말에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권력이 약해져 검찰 통제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주면 검찰이 권력형 부정부패에 제대로 칼을 댈 수 있다는 말이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은 대통령 입맛대로 임명되며, 부장검사 이상 간부들을 1년마다 인사 발령 하고, 승진하지 못하면 사표를 내야 하는 구조에선 검사들에게 ‘소신에 따른 수사를 하라’고 요구하기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공수처 신설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찰제도를 개혁하는 게 더 쉽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국회 추천인사와 검찰 안팎의 전문가를 넣는 등 총장추천위의 대폭 확대, 검찰총장 임명 시 본회의 표결 등 국회동의 전제, 2년인 검찰총장 임기를 4∼5년으로 연장 등을 통해 검찰총장의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검사장 이상 인사 때 외부 전문가 및 중간 간부 이하 검사가 대폭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구성 등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관예우나 현직 검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은 검찰 독립성이 확보된다고 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다. 이와 관련, 경찰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만하다. 유독 검사가 얽힌 사건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하거나 사건을 억지로 넘겨받아 뭉개버린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면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지만, 경찰이 청구한 영장도 검찰 청구 영장처럼 법원에서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없는 게 아니다. 정 걱정스럽다면 인신 구속영장은 제외하고 시급성이 요구되는 압수수색영장만큼은 경찰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수사에서도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