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안철수 ‘통합’ 경쟁이 진정성을 갖기 위한 조건

선거일이 벌써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두 굳히기’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판세 뒤집기’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닷새 뒤면 여론조사 지지율 변화도 공표되지 못하는 ‘깜깜이 기간’에 들어가니 각 후보 진영은 더욱 초조할 것이다. 그래서 두 후보가 꺼내 든 카드가 ‘대통합’이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만큼 통합의 대의(大義)는 당연하고 또 중요하다. 그러나 통합은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선거 막판에는 통합 구호가 넘쳤지만, 당선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코드 인사’(노무현 전 대통령) ‘수첩 인사’(박근혜 전 대통령)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통합 공약의 진정성을 담보할 조치들이 필요하다.

문 후보의 경우, 그동안 줄기차게 촛불 혁명에 입각한 ‘적폐 완전 청산’‘국가 대청소’를 외쳐왔다. 2012년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참배도 거부했다. 그런데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대탕평 또는 국민 대통합 관점에서 인선할 계획”이라면서 방안의 하나로 ‘비(非)영남 출신 총리’를 예시하기도 했다. 총리 인선이 어떤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지만 대청소 대신 대통합을 앞세운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또 정의당과의 정책 연대 등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공학을 넘어 진정성을 가지려면 적폐와 대청소, 그리고 통합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두 전임 대통령에 대한 입장도 더 선명히 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치조차 없이 몇몇 인사들 영입을 놓고 통합이라고 한다면, 득표 전술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안 후보는 오래 전부터 ‘통합 정부’를 주창해 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에서 앞선다. 또 진전된 구상도 공개했다. 안 후보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선되면 대통합정부를 만들겠다”면서 “탄핵반대 및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 세력과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원내의석 40석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당선 이후 조치’가 아니라 ‘대선 전(前) 통합’을 통해 당선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자강론’을 고집하며 후보단일화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통합 구호를 공허하게 만든다. 다만, 국정 역량을 인정 받을 ‘예비 내각’ 10명 안팎이라도 선거일 직전에 발표할 수 있다면 효과를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