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톡방’이랑 드라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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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과 동시에 ‘톡방’ 열려
수천명 접속자와 함께 시청

‘구르미…’ 회당 대화 14만건
대중반응·시청률과 관계 밀접

드라마 마니아인 직장인 김소리(25) 씨는 본방송이 시작되기 전 스마트폰을 먼저 연다. 지상파 3사 및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의 주요 드라마가 방송될 때면 포털사이트 네이버 주요 창에 ‘톡(talk)방’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눈으로는 드라마를 보며 손으로는 채팅을 한다. 인기작의 경우 동시 접속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키스신(scene), 반전 등 극적인 순간이 되면 순식간에 대화 개수 수천 개가 늘어난다. 더 이상 드라마는 혼자 보는 것이 아니다. 함께 즐기며 쌍방향 소통하는 창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2월 네이버 화면이 개편되며 처음 등장했다. 이후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간 작품은 ‘구르미 그린 달빛’. 18부가 방송되는 동안 무려 259만 건을 넘어섰다. 회당 14만 건 이상의 대화를 나눈 셈이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249만 건으로 2위고, 케이블 드라마 중에서는 ‘도깨비’가 108만 건으로 유일하게 100만 고지를 밟았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에서는 MBC ‘역적’과 SBS ‘사임당, 빛의 일기’가 각각 19만 건, 8만 건에 이른다. 특히 케이블채널 OCN ‘터널’이 돋보인다. OCN의 채널 인지도가 타 채널에 비해 낮고, 장르물이라는 소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방송 12회 만에 대화 개수가 10만 건을 돌파했다. ‘역적’의 19만 건이 26회 누적 기록임을 고려하면 회당 대화 개수는 ‘터널’이 1위다. 반면에 톱스타들이 출연하지만 시청률이 저조한 tvN ‘시카고 타자기’(8회 누적)의 대화 개수는 3만 개 정도다.

즉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 톡방의 대화 개수가 놀라운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방송사 관계자와 제작자, 소속사 관계자들이 톡방을 지켜보며 대중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운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대중의 생각을 읽는 소통의 도구로서 톡방은 유용하다. 대중이 어떤 캐릭터, 내용에 열광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하지만 맹목적인 팬들의 찬사나 비난이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자체 필터링 과정을 통해 정보의 순도를 높여 활용한다”고 밝혔다.

톡방이 방송 관계자들이 체크하는 주요 지표가 되는 이유는, 톡방 사용계층과 광고 효과가 높은 소비계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은 2049 시청률, 즉 비교적 지갑을 잘 여는 20∼49세의 시청률을 중시한다. 톡방을 자주 찾는 방문자 역시 스마트폰에 친숙하고 멀티 태스킹(multi tasking)을 즐기는 20∼40대로 추정된다.

네이버 연예 서비스 관계자는 “인기드라마의 경우 톡방 누적 댓글 수가 100만 개를 넘어설 만큼, 드라마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며 “배우와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시청자들은 함께 의견을 나누며 더욱 풍부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