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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01일(月)
美風과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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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공짜로 받은 주식을 팔아 130억 원을 번 진경준 전 검사장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명백한 대가성은 없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주식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3년에 서울중앙지법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에게서 수억 원을 챙긴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사건에서는 한 업자가 향후 사건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넸다며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05년에 전도유망한 ‘친구’ 진경준에게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건넨 김정주 NXC 대표도 미래에 진경준을 통해 검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진경준이 주식을 받았을 때 청탁금지법,곧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검찰은 포괄적뇌물수수죄가 아니라 김영란법을 적용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28일 발효된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한 차례에 100만 원, 연간 합계 300만 원이 넘는 금품과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토록 한 것이다. 그 전까지 공직자는 금품을 받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은 명절에 받은 ‘떡값’, 골프 접대, 전별금, 휴가비, 경조사비 등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떡값’ 등은 일종의 보험료였다. 당장은 별문제가 없지만 장래에 범법 사실이나 비리 등이 적발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선처를 부탁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정년퇴직한 A(65) 전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730만 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돈을 모아 선물을 사준 서울대 계열 3대 병원 현직 교수 17명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권익위원회와 경찰은 100만 원이 넘는 선물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토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퇴직 전에 받은 것이므로 직무 관련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데 퇴임 후 민간인으로 선물을 받았다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부패와 불의한 부(富)의 척결은 시대정신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퇴임 논문집을 헌정하는 미풍(美風)을 유지하는 일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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