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오소리’처럼… 킹코브라에 물려 기절했다 깨어나 먹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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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세대, 팍팍한 사회생활 견디는 상반된 자세

60㎝에 10㎏ 작은 체구지만
킹코브라에 물려 기절했다가
깨어나 먹어치우는 영상 인기
“나도 몸·마음 강해지고 싶다”

“상사가 잔소리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는데요. 이제 벌꿀오소리(사진)를 롤모델로 삼아, 신경 딱 끄고 제 길을 가렵니다.”

아침부터 팀장에게 혼이 난 직장인 이모(32) 씨는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벌꿀오소리처럼 사는 법 좀 알려 달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자 곧 “기왕 벌어진 일이면 옆에서 누가 뭐라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을 해봤자 어차피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사람이 태반이고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취업 준비와 직장생활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30 세대 사이에서 ‘벌꿀오소리처럼 살자’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에게 벌꿀오소리는 어렵고 난감한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제 벌꿀오소리는 60㎝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10㎏ 남짓한 작은 동물이지만, 맹수 못지않은 맹렬한 공격성을 자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동물’(World’s Most Fearless Creature)로도 불린다. ‘벌꿀오소리를 건들면 아주 큰일 나는 거예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은 1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조회 건수가 365만65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상에서 벌꿀오소리는 수백 마리의 벌들이 쏘아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집을 들쑤시는가 하면 맹독을 가진 킹코브라에게 물려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오히려 코브라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는 “벌꿀오소리를 본받겠다”는 취지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기소개서에서 인생의 좌우명을 물으면 벌꿀오소리처럼 사는 것이라고 쓰겠다”고 썼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에 벌꿀오소리를 활용하는 네티즌도 많다. 취업준비생 남모(여·27) 씨는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탈락 통보를 받게 되면 ‘힘내야지’ 하면서도 우울해지곤 한다”며 “나도 킹코브라를 먹어치우는 벌꿀오소리처럼 몸과 마음이 강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절벽이라고 부를 정도로 청년들이 사회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취업을 해도 임금 격차 등으로 삶이 녹록지 않다”며 “벌꿀오소리의 높은 인기에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자조하지만 말고 용기 있게 직면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