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후보의 적폐特調委 공약과 ‘극우 보수 궤멸’論

후보들의 선거 전략은 자유다. 특히 1표만 앞서면 ‘제왕적 권한’을 갖는 현행 헌법을 볼 때, 선거 막판에 1표라도 더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정체성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초기엔 적폐 대청소를 외치다가, 얼마 전에는 대통합과 대탕평을 내걸더니, 선거를 1주일 남짓 앞두고 ‘특정 세력 궤멸’론(論)까지 제기한 것은, 무엇이 본색(本色)인지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이 지난 28일 발표한 공약집에 따르면, 4대 국정 비전의 첫째가 ‘촛불 혁명 완성’, 12대 약속의 첫째가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 청산’이며, 구체적 공약의 제1호가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설치’다. 적폐청산특조위(特調委)에는 광범위한 조사와 추가 수사, 부정축재 환수 등의 역할까지 부여하겠다고 한다. 국정농단 실상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고려하면 야당 공약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검찰→특검→검찰 수사까지 끝나고, 탄핵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이는 국정의 우선 순위를 ‘미래’보다 ‘과거’에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게다가 친노의 좌장인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30일 유세에서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구체적 대상으로는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들”임을 거론해 이른바 ‘산업화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문 후보 측의 이런 변화는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대선 승리를 확신하고, 중도 확장보다는 지지층 공고화로 2위와의 표차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문 후보 측은 정체성을 정직하게 밝힘으로써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도울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