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리스크…후보들, 韓美동맹 새 비전 내놔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이 미국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한국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닥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및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등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북핵 위협이 동시에 커지자 한동안 그런 문제들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 대선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지난 27일과 28일 ‘사드(THAAD) 배치 비용 10억 달러 한국 부담 요구’ 발언 등을 쏟아냈다. 지난 3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통화했지만 문제는 더욱 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한·미 양국의 사드 약정서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모두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의 핵심 장치인 한·미 안보동맹을 마치 상(商)거래로 격하시키는 일이기도 한다. 물론 내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겨냥한 전술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렇더라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엔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정’이라며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9일에는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안보와 경제를 연계한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대응이다. 미국 행태가 좋든 싫든 한·미 동맹은 앞으로 수십 년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기제가 돼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 때까지는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전술과 한국 국익을 조화하는 최상의 대응책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새 대통령의 안보·외교 역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선두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대북관은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북핵 위협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사드 배치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고, 차기 정부로의 이월 및 국회 비준까지 제기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자주 국방, 균형 외교 노선이 트럼프 리스크와 겹치면 ‘반미’가 급부상할 수 있다. 문 후보는 물론 모든 후보가 이런 변화에 대응해 한·미 동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