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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02일(火)
봄나물 魚만두, 참나물·쇠고기 품은 숭어살 … 魚! 살살 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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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어 살점을 만두피로 해 참나물과 오이, 두부 그리고 쇠고기와 표고버섯 등의 소를 넣고 쪄낸 ‘봄나물 어만두’. 모양은 초밥 같지만 입안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우리 가족은 만두를 좋아해 자주 만들어 먹는데, 요즘은 파는 만두도 집에서 만든 것처럼 식감과 맛이 좋아 마트에 갈 때마다 몇 봉지씩 사게 된다. 왕교자, 왕만두, 물만두, 김치만두, 새우만두, 고추만두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바쁠 때 간식이나 술안주, 한끼 식사 대용까지 활용도도 높다. 그런데 아무리 가공만두 품질이 좋아졌다고 해도 집에서 제철 식재료들을 손질해 하나하나 손으로 빚은 만두의 정성과 맛에 비할 순 없을 터이다.

만두 하면 늘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릴 적 한겨울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끓여 주신 김치만둣국을 호호 불며 먹던 일이다. 그땐 밀가루 반죽 안에 김치나 고기를 넣은 만두가 전부인 줄 알았다. 나중에 음식을 공부하면서 만두피와 소의 재료, 조리법, 용도, 빚는 모양 등에 따라 다양한 만두가 있다는 것도, 중국 딤섬, 일본 교자, 러시아 펠메니, 이탈리아 라비올리, 남미 엠파나다 등 만두와 비슷한 음식들이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요즘처럼 만개한 꽃이 저물어가는 늦은 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꼭 추천하고 싶은 귀한 만두가 있다. 제철 봄나물과 숭어로 만든 ‘봄나물 어만두’다. 어만두는 밀가루 대신 생선을 포 떠서 만두피로 사용한다. 만두피는 밀가루로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선살로 만들거나 명태껍질, 동아를 사용하기도 한다. 강원 봉평의 메밀처럼 지역에 따라 많이 나는 특산물과 밀가루를 반반씩 섞어 만두피를 만들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어만두는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보통 만두와 같지만, 얇게 뜬 생선포로 만두소를 감싸 쪄내는 것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반가(班家)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보면 어만두에 대한 조리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만두피로 사용할 생선포는 가능한 한 얇게 떠야 하고, 뜨겁게 쪄냈을 때 소를 감싼 살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재료도 귀하거니와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당연히 서민층보다는 양반가에서 어른 생신의 점심상에 올리거나 별미로 먹었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생선이 만두피로 좋을까. 숭어, 민어, 도미, 광어, 병어, 준치 등 흰살생선은 모두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봄나물 어만두에 제격인 생선은 숭어다. 숭어는 특히 겨울철부터 보리가 싹트는 4~5월까지 물이 한창 오른다. 그만큼 찰기도 좋고 맛도 뛰어나다. 힘이 좋고 민첩해 육질이 쫄깃하고 영양가도 높아 봄날 나른한 원기 회복에 그만이다. 지방질과 오메가 3가 풍부한 고단백 저지방이라 보신어종으로 분류될 정도다. 다른 생선에 비해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숭어는 감칠맛 나는 회는 물론 구이, 탕, 조림, 전골, 탕수육 등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여기에 어란(魚卵)을 빼놓으면 서운하다. 어란은 알에 소금을 쳐서 절이거나 말린 것인데, 숭어 어란은 최고급 별미이자 고급 안줏감으로 대우받는다. 옛날에 왕실의 진상품으로도 올려졌다고 한다.

몇 년 전, 전남 영암군에 어란 명인(名人) 김광자 선생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란은 4~5월 숭어에서 알을 채취해 5일 동안 소금물에 재우고 다시 5일 동안 건조시키는데 그로부터 20일 동안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말린다. 한 달간 정성스레 만들어진 어란을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주셨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여 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평범한 숭어가 명품 생선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숭어의 맛과 효능은 조상들도 일찌감치 알아본 듯하다. 조선시대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숭어는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숭어를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숭어를 ‘빼어날 수(秀)’자를 써서 ‘수어(秀魚)’라고도 했다는데, 가히 그럴 만하다.

봄철 숭어와 함께 봄나물 어만두의 또 하나의 중요한 만두소 재료, 봄나물도 꼭 준비하자. 봄나물은 겨우내 뿌리에 모였던 진액이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이다. 봄나물만 잘 먹어도 따로 보양이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러니 숭어와 봄나물은 몸보신에 있어 환상적인 조합이다. 참나물은 항산화 작용과 피부 건강에 좋은 베타카로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잎이 부드럽고 향이 은근하면서 맛도 순해 어만두의 풍미를 한껏 살려주는 식재료다.

덧붙이자면, 봄나물 어만두는 음식을 하는 바쁜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그간 잃었던 점수를 단번에 딴, 검증된 고급요리다. 큰아이 표현에 의하면 ‘모양은 초밥 같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이다. 임금이 드셨다는 명품 생선 메뉴로 이 봄날, 가족과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길 권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주재료


숭어 1/2마리, 쇠고기 100g, 오이 1개, 마른 표고버섯 3장, 참나물 100g, 두부 120g, 소금 약간, 흰 후춧가루, 쇠고기 양념(간장 1큰술, 후추 1/4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녹말 3큰술)



만드는 법

1 숭어는 3장 뜨기(살과 뼈를 분리해 살만 포를 뜨는 것)를 하고 껍질은 제거한다. 숭어 살은 7㎝ 정도 되도록 얇게 포를 뜨고 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뿌린다.

2 쇠고기와 마른 표고버섯은 채 썰어 다 같이 양념장에 재운 뒤 볶아 준다.

3 참나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짠 후 썰어 준다.

4 오이는 돌려 깎기 해 소금을 뿌려 절인 뒤 물기를 짜고 볶는다.

5 두부는 면포에 싸서 물기를 제거하고 꼭 짜준다.

6 데친 참나물, 볶은 오이, 두부와 소금을 모두 섞어서 만두소를 만든다.

7 얇게 포 뜬 숭어 살에 전분을 바르고 만두소를 넣어 모양을 만들어 준다. 그 위에 한 번 더 전분가루를 뿌려 준다.

8 찜통에 물을 넣고 젖은 행주를 깔고 끓이다가 김이 오르면, 7의 만두를 넣고 6~7분 정도 쪄 준다.

9 완성되면 접시에 담아낸다. 어만두를 낼 때 겨자장과 곁들이면 더 좋다.



조리 Tip

1 생선이 너무 싱싱하면 살이 뒤집어지므로 약간의 칼집을 넣어 준다.

2 너무 오랜 시간 생선을 찌면 살이 퍽퍽해진다.

3 포 뜬 생선 살 밑간으로 후춧가루를 뿌릴 때 검은 후춧가루는 보기 좋지 않으니 가능한 한 흰 후춧가루를 사용한다.
e-mail 김호웅 기자 / 사진부 / 부장 김호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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