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설득·동료에 홍보… 大選 후보에도 ‘덕질’하는 2030 덕후들

  • 문화일보
  • 입력 2017-05-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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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설득하려 집안 일 하고
직장동료 카톡방에 동영상 홍보

전문가 “과거와 달리 적극 표현
설득보다 선호 반영 골몰 우려”


“문재인 후보 때문에 ‘심쿵’(심장이 쿵쾅거림)해요.” “안철수 후보 ‘모에 포인트’(매력 포인트)는 ‘누굽니까’ 할 때 목소리죠.”

초유의 조기 선거로 치러지는 5·9 ‘장미 대선’에 대한 관심이 여느 선거보다 부쩍 높은 가운데, 2030세대가 마치 스타연예인에 ‘덕질’(오타쿠를 변형한 ‘오덕’에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합친 말)하는 팬처럼 대선후보에 대한 애정 공세를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 캠프 홍보용 트위터 계정에는 한 여성 이용자가 만든 동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영상디자이너인데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다”며 “일 끝내고 밤새 만든 동영상을 보고 아빠가 ‘잘 만들었다. 내가 졌다’고 반응해 기뻤다”고 썼다. 문 후보의 유세장에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처럼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들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문 후보의 고교 졸업사진을 움직이는 사진으로 만들어 배포하거나, 문 후보를 ‘달님’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네티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최모(30) 씨는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거친 목소리로 ‘누굽니까’라고 외치는 연설 동영상을 찾아본다. 직장 동료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안 후보의 동영상을 꼭 봐달라고 자발적으로 홍보도 하고 있다. 최 씨는 웃으면서 “안 후보가 약간 어설프게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몹시 귀엽고 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 달라고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용돈을 올려드리거나, 퇴근 후 가사를 도우며 ‘애교’를 부리는 2030세대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여·27) 씨는 “일에 지쳐 피곤한데도 설거지와 청소 등 열심히 집안일을 하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하면 아버지 용돈이 줄어들 거라고 은근슬쩍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일 “과거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선호를 표현하는 것이 껄끄럽고 두려운 일이었다면, 최근에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이처럼 정치인이 ‘유명인’처럼 되면, 정치인도 자신의 신념보다 지지자의 선호를 반영하는 데만 골몰하게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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