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保守 정치세력, 탄핵 딛고 힘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

대선을 불과 1주 앞둔 2일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무더기로 탈당, 자유한국당 입당 및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선거 구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다. 이들 외에 정운천 의원은 지역구 의견을 물은 뒤 추후 탈당할 예정이고, 이은재 의원은 지난 28일 한국당으로 옮겼음을 고려하면, 1월 24일 창당 당시 33석에서 18석으로 줄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하게 됐다. 이런 외형상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홍 후보 및 한국당으로의 보수 결집 현상이다. 유승민 후보는 ‘보수 후보 적임자’를 가리는 여론조사 제안에도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런 이합집산이 갖는 복잡한 의미다. 우선, 명분 없는 철새 정치로 비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모두 옛 새누리당이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갈라졌다.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에서는 보수 혁신과 친박 청산이 불가능하다며 뛰쳐나왔다. 그래놓고 홍 후보가 1일 오후 탈당 의원들을 만나 ‘보수 대혁신’ 의지를 보였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매우 옹색하다. 바른정당에 남아 있으면 대선 패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그 뒤 본인들의 국회의원 선거까지 어려워진다는 판단이 먼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대의(大義)가 중요하지만 현실적 여건도 중요하다. 정당은 집권을 통해 정치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결사체다. 그런데 문화일보 여론조사(1일 실시)만 보더라도 유 후보는 지지율이 3.7%로 심상정 후보(9.0%)보다 한참 뒤졌다. 정의당처럼 진보 정치 확산이 목적이라면 몰라도, 보수 정당의 경우엔 그런 정치 운동은 타당하지 않다.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탄핵 찬성이 보수 혁신보다 ‘배신의 정치’로 인식되면서 보수층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웰빙정당’ 한계도 극복하지 못했다.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국민을 원망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에 이어 구속기소돼 2일 재판이 시작됐다. 보수 정치에 관한 한 이제 박 전 대통령은 ‘과거’다. 이념적 지향이 같은 두 정당은 빨리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집권 희망을 가질 수 있고, 혹 실패하더라도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서 국가의 좌편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