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위기의 순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꽃이 피다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고 새들은 하늘을 장식하고, 우리의 가슴속 덩어리가 눈 녹듯 자연 속으로 스미어 간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프로야구가 한창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선수가 있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많은 야구팬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바로 LG 돌풍의 주역 이형종이다.

그는 한때 야구를 포기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지만 3년 만인 2010년 글러브를 벗었다. 야구 선수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골프였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는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18개월 동안 미친 듯이 골프만 했다. 스윙 이론과 원리가 비슷했기에 연습장에서 15시간씩 볼을 때렸다. 짧은 시간에 70대 스코어에 진입했고 1년 만에 2언더파까지 이르렀다. 주변 권유로 프로 테스트까지 받았다. 세미프로 테스트 최종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골프를 통해서 다시 야구를 보았고 그 간절함으로 다시 LG 문을 두드렸기에 지금의 스타가 됐다. 이형종은 골프를 통해 집중력, 하루 15시간 이상 연습하는 법을 배웠다. 야구로 돌아와 매일 17시간 훈련과 개인 연습을 했다. 그는 18개월간의 골프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골프만큼 집중력과 간절함을 요구하는 운동은 없다. J 출판사 A 회장은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2년 동안 매일 골프를 했다. 병을 잊겠다는 간절함과 집중력으로 골프에 몰입했다. 놀랍게도 2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미국에서 사는 지인은 가벼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몸을 잘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는 매일 산책 삼아 골프장을 찾았다. 불편한 몸이기에 한 홀, 두 홀, 세 홀을 거치면 땀범벅이 되었지만 그렇게 1년 6개월을 반복한 뒤 18홀을 다 돌았다는 소식을 전해 온 적이 있다.

102세 된 미국의 엘지 맥린 할머니가 몇 해 전 홀인원을 해 화제가 됐다. 더욱 흥미로운 건 80세 이후 노인들이 다시 골프클럽을 꺼내 든다는 점이다. 팔순 이상의 노인들은 자신의 꿈이 앞으로 20년이 더 남아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온다. 그 슬럼프와 위기를 빠져나오려면 새로운 그 어떤 힘이 필요하다. 이형종에게는 골프가 슬럼프 탈출을 도운 강력한 힘이었다.

삶도 골프도 위기의 순간에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간절하게 소망하고, 진정으로 상상한다면 꿈꾸는 것들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세상에 몰입만큼 간절한 것은 없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