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평생 할 골프, 눈 딱감고 6개월 레슨받으면 10년싱글 거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병오 이젠푸드㈜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 테라스에서 드라이버 스윙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이병오 이젠푸드㈜ 대표

‘프로처럼 스윙하기’ 1년 수업
샷 견고해지고 퍼팅도 좋아져

베스트 7언더 홀인원 1차례
10년 걸려 클럽챔프 꿈 이뤄

골프 잘하는 사람, 사업도 잘해
병행하려면 부지런해야 하니까

이병오(55) 이젠푸드㈜ 대표는 지난해 클럽챔피언이란 꿈을 이뤘다. 햇수로는 10년 만이고, 20여 차례 도전 끝에 결실을 보았다. 이 대표는 전국 아마고수들의 모임인 ‘사랑의 버디회’에서 인정하는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를 찾은 이 대표는 “이왕 골프를 배웠으니 프로처럼 스윙하고 싶어 ‘눈 딱 감고’ 1년 동안 프로에게 배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익혔다. 그런데 깨우침은 남보다 빨랐다. 이 대표는 1997년 여름 골프에 입문했다. 첫 라운드 이후 외환위기가 터져 골프를 즐길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2년 정도 지나니 90대 타수에 진입했다. 하지만 늘 제자리였다.

3년도 채 안 돼 운 좋게 77타를 챙겨 첫 싱글패를 받았지만, 기량은 기대했던 것만큼 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연습장을 자주 들락거렸던 이 대표는 연습장에 근무하던 강기석 프로의 스윙에 ‘꽂혔다’. 이 대표는 “프로처럼 스윙하고 싶었기에 1년 동안 강 프로 ‘따라 하기’를 계속했다”면서 “그런데 3년 가까이 아마추어 스윙에 익숙해져 있던 탓에 프로 스윙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처럼 스윙하니 템포에서 문제점이 노출됐고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했다. 230m를 보내던 드라이버 샷은 처음엔 50m도 나가지 않았다. 종전에는 휘두르는 스윙이었다. 프로처럼 최대한 끌고 내려와 릴리스 포인트를 늦춰야 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프로 샷처럼 일정한 방향성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었다. 일관된 릴리스 포인트를 얻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그 뒤로 골프가 쉬워졌다. 프로에게 배운 지 6개월 만에 10번 중 7∼8차례는 70대 스코어를 남겼다.

이 대표는 “일단 샷이 견고해지니 흔들림이 없고 또 스윙에 믿음이 생겼다”면서 “아이언 샷과 퍼팅까지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이 대표의 스윙은 부드러워 힘을 주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평균 220∼230m 정도를 보낸다. 타구의 방향과 거리 편차가 거의 없어 ‘컴퓨터’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이 대표는 “골프는 평생 하는 것이니 홀로 연습하는 것보다 프로에게 3∼6개월 정도 레슨만 받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렇게 하면 10년 이상을 싱글 핸디캐퍼가 보장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엉성한 폼의 싱글보다 멋진 폼의 80대 골퍼가 더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경기 용인의 SG덕평컨트리클럽 챔피언이 된 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챔피언이 되고 난 뒤 자신감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늘 ‘왕 싱글’이었지만, 멘털은 그렇지 못했다. 이 대표는 2005년 스카치블루배 아마추어서울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우승했다. 그리고 볼빅배, 미드아마추어회장배, 브리지스톤 최강전에서 늘 입상권을 맴돌면서 주목을 끌었다. 클럽 챔피언전은 2007년부터 출전했다. 기량은 충분했지만 늘 멘털이 발목을 잡았다. 리베라CC에서 6차례, 수원CC에서 8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덕평컨트리클럽 챔피언전에서 74-76-75타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마침내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 대표는 “챔피언이 되기 전엔 공이 벙커에 들어가거나 어려운 어프로치에 걸리면 심적 동요가 일어나 맥박수가 빨라진다거나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한 생각에 휩싸였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의 베스트는 7언더파 65타. 2007년 ‘화이트티’에서, 지난해엔 ‘블루티’에서 작성했다. 공식대회에서의 가장 좋은 성적은 4언더파 68타다. 홀인원은 2012년 베어크리크 골프장 크리크 코스 15번 홀(165m)에서 6번 아이언으로 경험했다. 홀 1m 앞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대표는 “골프채를 잡은 지 15년 만의 경사였다”며 “그동안 앞 팀이 깃대를 비스듬히 꽂는 바람에 홀 앞에서 멈춰서는 등 여러 차례 홀인원 직전에서 아쉬움을 삼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류 회사의 본부장으로 재작하던 1997년 백화점 쇼핑백과 선물용 포장지 등을 팔아 혼자 연 100억 원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이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리고 골프를 하면서 사업을 구상했고 연간 10%씩 성장하는 국내 치즈 시장에 포인트를 맞췄다. 이 대표는 치즈·유가공 제품 제조 및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CJ 등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품회사가 주 거래처다. 연간 500억 원대의 치즈를 수입해 공급한다. 별도로 수입 치즈의 2차 가공을 통해 연 300억 원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가 취급하는 치즈 물량은 컨테이너(40피트 기준)로 연간 500개에 달한다.

이 대표는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골프를 잘하는 사람이 사업도 잘하는 것 같다”면서 “사업과 골프를 병행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때 연 200회 라운드를 소화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사업 규모가 커져 주로 주말에 골프장에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토, 일요일은 이미 9월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고 강조했다.

매치플레이로 진행하는 수원CC 챔피언전에서 쇼트게임이 안 풀린 탓에 ‘8수’를 했다는 이 대표는 “챔피언 꿈을 이뤘으니 마음을 비우면 더 많은 전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대표는 요즘 아내도 모르게 따로 돈을 모으고 있다. 4명의 친구와 함께 60세 이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세계 100대 골프장’을 돌아보자고 굳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