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5.29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04일(木)
‘나이라흐의 害惡’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학용 논설위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한창이던 1990년 10월. 한 소녀가 미국 하원 인권위원회에 등장했다. ‘나이라흐(Nayirah)’라는 이름을 가진 15세의 이 쿠웨이트 소녀는 눈물을 쏟으며 이라크군의 만행을 생생히 고발했다. “저는 지금 막 쿠웨이트를 빠져나왔습니다. 자원봉사하던 산부인과 병원에 이라크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난입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들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미숙아들을 꺼내 병원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버려진 갓난아이들은 죽어갔습니다. 미숙아인 제 조카도 이렇게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른바 ‘인큐베이터 학살 사건’이다.

소녀의 목격담이 전해지자 전 세계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 국민은 물론 상하원 의원들도 공분했다. 이라크 공격에 부정적이던 많은 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미 상원은 52 대 47로 이라크 공습을 승인했다. 유엔도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허용했다. 1991년 1월 ‘걸프전’은 그렇게 발발했다. 40여 일 만에 끝난 이 전쟁에서 이라크군과 민간인 20여만 명이 사망했다. 반면 다국적군은 300명의 전사자를 내는 데 그쳤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없는 일방 승리였다.

그러나 종전 1년 후 나이라흐의 증언은 완전 조작이었음이 드러났다. 미국의 시사잡지 ‘하퍼스 매거진’ 존 맥아더 기자의 집요한 취재에 의해서다. 그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그녀는 미국 거주 중이었다. 그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적도 없다”고 폭로했다. 더욱이 그녀는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고, 한 홍보회사가 그녀에게 위증을 교사했다고도 했다. 쿠웨이트 정부가 홍보사를 이용해 반(反)이라크 캠페인을 벌였고, 미국은 이를 명분으로 전쟁 개입을 정당화했다는 결론이다. 이후 ‘나이라흐의 거짓 증언’은 세계 언론사에 남을 최악의 가짜뉴스로 꼽히게 된다.

‘깜깜이 유세’ 기간을 틈타 가짜뉴스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넉 달간 대선 관련 가짜뉴스는 3만1746건에 달한다. 지난 대선 때 적발 건수의 4배가 넘는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19대 대선이 사상 최악의 ‘가짜뉴스 선거’로 기록될 게 확실하다. 가짜뉴스는 국가와 개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비열한 사회악이다. 이번만은 ‘나이라흐의 해악(害惡)’을 한 번쯤 곱씹어본 뒤 투표장으로 향하자.
[ 많이 본 기사 ]
▶ “강경화, 친척집 아닌 딸 고교 교장 전셋집에 위장전입”
▶ 아파트 광장서 자녀 생일파티 열어준 대학총장
▶ MB정부서 특수채 380조 발행…4대강 등 자금조달
▶ 잘못건 전화로 결혼까지… 염산테러 피해자의 기적같은 ..
▶ ‘미란이’ 억만장자 스냅챗 CEO 스피걸과 결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정양석 “위장전입 뿐 아니라 거짓말까지 드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딸의 국내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 전입한 아파트는..
mark아파트 광장서 자녀 생일파티 열어준 대학총장
mark잘못건 전화로 결혼까지… 염산테러 피해자의 기적같은..
이낙연, 사무실 출근 안해…언론 노출 부담 느..
[속보]北, 원산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
“文대통령 국정지지율 84.1%…민주 56.7% 최..
line
special news 칸 황금종려상 ‘더 스퀘어’…한국 수상 불발
경쟁 진출 여성 감독 3명 중 2명 수상 영화 ‘더 스퀘어’의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제7..

line
MB정부서 특수채 380조 발행…4대강 등 자금..
박성현, 볼빅 챔피언십 ‘1타 차’ 공동 2위…펑산..
‘공직배제 5대원칙’ 결국 손질…野에선 “원칙후..
photo_news
‘미란이’ 억만장자 스냅챗 CEO 스피걸과 결혼
photo_news
‘구의역 참사’ 1주기, 우리와 같았던 그를 추모하며…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33) 55장 사는 것 - 6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어떤 새해 소망
mark고주망태가 된 맹구
topnew_title
number 커제 “알파고에 지고 속상해서 밤새도록 술..
분당 50대女 술자리서 염산뿌려 “주민 5명 화..
시신 뱃속 마약 훔쳐 팔다 적발된 영안실 직..
고창석 교사 찾은 세월호 침몰해역 수중수색..
행인 물어 6주 상해 입힌 개 주인 무죄…“피..
hot_photo
文대통령 반려견 ‘마루’ 청와대 입..
hot_photo
21시간 사투 소방관들 ‘맨바닥 휴..
hot_photo
‘모델 본능’ 멜라니아, 5천7백만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