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인 또 억류… 인질 외교 ? 교수 등 美시민권자 4명으로 늘어

北-美, 유럽서 트랙1.5 대화
美국무부 “정부 무관한 사안”

‘대미협상 돌파구’ 찾기 노력
협상 상황따라 核실험할 듯

북한이 적대 행위 혐의를 적용해 미국 국적자를 또다시 억류해 미국을 상대로 ‘인질외교’를 벌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오는 8∼9일 노르웨이에서 ‘유럽 트랙 1.5 대화’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접촉 결과가 주목된다.

8일 북한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전일 조선중앙통신은 “평양과학기술대학 운영 관계자로 일하던 미국 공민 김학송을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감행한 혐의로 6일 억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국 시민권자 억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대미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인질외교 차원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하는 미국을 상대로 인질외교를 펼쳐 재미를 본 적이 있는 북한이 또다시 인질외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 국적자는 김학송·김상덕 씨를 포함해 한국계인 김동철 목사, 대학생 오토 웜비어까지 모두 4명이다. 중앙통신은 지난 3일 “평양과학기술대학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되었던 미국 공민 김상덕이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하였으므로 공화국 법에 따라 그를 단속했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당장은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 시기는 기술적인 필요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라인이 확정된 7월 이후 북·미 접촉 진행 과정을 보면서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민영방송인 TV아사히는 7일 “북한의 미국통으로 알려진 최선희 미주국장이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미국 측과 협의가 예정된 유럽으로 출발했다”며 “미국 측에서는 정부 고위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북·미 간 트랙1.5 대화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측 참석자의 인적사항이나 협의가 이뤄지는 장소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미 간 유럽 트랙 1.5 대화는 트럼프 행정부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민간채널 접촉은 전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열린다”고 설명했다.

박정경·박준희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