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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08일(月)
兵役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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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미국 제37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원의원임에도 참전해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존슨 당시 의원은 진주만 공습 발발 3일 뒤 해군 소령으로 입대한 후, 해군 장관에게 ‘압력’까지 넣어 1942년 6월 남태평양 전선에서 B-26을 타고 출전했다. 그런데 이 폭격기는 기관 고장을 일으키고, 일본 전투기 공격까지 받아 긴급 회항했다. 당시 존슨은 폭격기를 바꿔 탔는데, 탑승 예정 폭격기는 격추돼 전원이 사망했다. 이것이 존슨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 훈장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정비 불량 비판 무마용으로 수여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은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병역(兵役)은 자유민의 상징이었다. 로마 공화정의 쇠퇴도 병역이 ‘의무’로 전락하면서부터다. 중세 유럽의 병역은 귀족의 독점적 특권이었다. 7∼13세기 이슬람 제국들도 전성기엔 병역은 이슬람교도만이 누릴 수 있는 ‘신성한 권리’였다. 무기 다루는 법과 전투하는 방법은 지배계급만이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국민개병제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병역 특권’이 일반 시민에게도 주어졌다. 독일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복지를 도입한 것도 병역 의무 때문이다. 신민(臣民)과 달리 병역 의무를 지닌 국민은 국가가 돌봐야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군대에 갔다 오지 않으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힘들다. 이에 하레딤이라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인을 제외하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에 가려고 한다. 자폐증 청년들도 병역면제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 중 일부를 우주·항공사진 판독병으로 선발·배치했는데, 이 분야에선 다른 병사보다 탁월함을 보였다.

한 전직 대통령까지 “군대 가서 썩는다”고 했을 정도로 병역을 폄훼하는 풍조가 없지 않았던 한국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3일 병무청 발표에 따르면, 외국 영주권 등을 취득한 국외 이주자가 자원해 병역이행을 신청하는 사례가 2004년 38명에서 2016년 646명으로 17배로 증가했다.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한 청년들이 자비로 질병을 치료한 이후 병역을 이행하는 인원도 연간 250여 명에 이른다. 이런 ‘정신적 귀족’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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