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 54년만에 경찰로 넘어가나

1963년 창설후 막강권한… 文대통령 “위상 조정 필요”
경찰청에 경호국 신설 예상… 치안정감이 책임 맡을듯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경호업무가 경찰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청와대 경호실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상징이라며 폐지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실현되면 1963년 청와대 경호실이 창설된 이래 54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선진국 대부분은 대통령 직속 경호실이 없다”며 “우리도 권력의 상징이던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실제 영국은 런던경찰청 산하 특별임무국,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독일은 연방수사청 경호국에서 여왕, 대통령, 총리 등 국가원수의 경호를 맡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경호국 신설은 이른 시일 내에 추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과거같이 엄격한 경호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며 “국민과 장벽을 만드는 지나친 경호를 대폭 낮춰서 국민과 대통령이 가까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승만정부 시절에는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맡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호실을 창설한 이후로는 대통령 직속으로 경호실이 운영돼왔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경호실장은 주로 대통령 최측근인 군 출신 인사가 맡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현재 대통령경호실 정원은 532명으로, 시설관리 및 행정 인력을 제외한 전·현직 대통령 경호 인력은 360명 정도로 알려졌다.

새 정부에서 경호실 폐지 작업이 본격화하면 청와대·경찰·행정자치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도 고쳐야 한다. 경찰청에 대통령 경호국이 설치되면 경호국장의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장이 차관급인 점을 고려하면 경호국장 위상은 현 장관급(경호실장)에서 하향 조정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경찰 조직 ‘2인자’인 치안정감은 현재 경찰청 차장과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난다. 업무 특성상 경호국장을 경찰청 감사관처럼 외부개방형 직위로 둘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통령 경호·보안 업무는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외부와 차단돼 있지만, 수많은 시민이 오가는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다면 테러 가능성과 교통 혼잡 등의 문제도 생긴다는 지적이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