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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0일(水)
게국지, 김치와 꽃게 … 두 밥도둑의 ‘얼큰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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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에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절인 배추를 썰어 넣어 끓여낸 게국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가끔 시간이 날 때 아빠가 어린 자녀를 혼자 돌보는 프로그램을 보곤 하는데, 얼마 전에는 부녀가 태안 바닷가로 여행 간 이야기가 소개됐다. 어린 여자애가 자기 얼굴만 한 꽃게를 들고 먹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절로 흐뭇한 웃음이 배어 나왔다. 그 아이가 맛있게 먹던, 김치와 꽃게를 함께 넣어 끓인 요리가 이번에 소개하는 ‘게국지’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요리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게를 넣고 끓인 국’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게국지는 절인 배추와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충남 태안의 전통 음식이었다.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겉절이 쉰 것이나 배추 자투리에 게장 남은 것을 넣어 간 맞춰 끓여 먹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바닷가 인근 태안 지역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일종의 김치찌개인 셈이다.

게국지는 겟국지, 깨꾹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게장 국물(게국)이나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의 국물(갯국)을 넣어 만든 김치’라는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게국지는 같은 바닷가라도 지역별 생활 환경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음식이기도 하다.

태안은 좋은 소금이 많이 나는 곳이라 젓갈 같은 염장(鹽藏) 식품이 발달했다. 꽃게도 오랜 기간 먹기 위해 소금으로 절여 염장 게장으로 만들어 먹었다. 뱃사람들도 꽃게를 염장해 두었다가 반찬으로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염장 식품이 발달한 해안지역이었다고 해도, 그 옛날 사람들이 특별히 게국지를 만들기 위해 게장과 김치 겉절이를 미리 담가 일정 기간 숙성시켜 재료를 준비했던 건 아니었을 게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 새싹이 파릇파릇한 봄날, 겨우내 아껴 먹었던 게장 항아리 안에는 게장 국물과 떨어진 다리들만이 겨우 남아 있었을 터. 마땅한 반찬이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얼갈이배추 등 채소 자투리와 게장 다리에 고춧가루를 섞어 뚝배기에 끓여 내놓으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가 됐을 것이다. 평소 부족한 단백질과 무기질을 보충해 주는 역할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게국지는 서민 밥상과 건강을 책임지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실제로 게국지의 주재료인 꽃게는 영양과 효능 면에서도 우수하다.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데, 그중에서도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양과 질적인 면에서 쇠고기와 거의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가슴에 열이 몰린 것을 풀고 위장의 기운을 도와 음식이 소화되게 한다’고 꽃게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혈액 속 중성지방을 줄여주고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켜주는 타우린도 풍부해서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환자에게 권장되는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7년 전 충남 홍성에 있는 대학교에 음식 강의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짬짬이 인근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보러 다녔는데, 게국지를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게국지를 하는 식당마다 맛이나 구성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교수님께 여쭤보니 ‘요즘 게국지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 취향과 입맛에 맞게 대중적으로 변화된 것’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남은 재료를 가정에서 알뜰하게 활용하던 음식에서 비롯돼, 이제는 다양한 재료를 넣는 하나의 지역 특화 요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태안 바닷가 인근에는 향토음식점이라고 해서 게국지 파는 집들이 꽤 많아졌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 레시피 그대로, 게 다리 몇 조각만 넣어 내놓으면 게국지 먹겠다고 일부러 찾은 방문객들에게 실망만 줄 게 뻔하다. 그래서 보통은 꽃게가 통째로 들어간 게국지를 내놓는다. 게국지 본래의 조리 방식과 느낌은 살리되 풍성한 게살을 발라 먹는 즐거움을 얹은 것이다.

게국지는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통배추를 절여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고춧가루와 새우젓으로 간을 한 후 쌀뜨물을 붓고 꽃게와 함께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맛은 어떨까.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떠넣으니 담백한 김칫국 맛이 난다. 마치 고춧가루 털어낸 신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김칫국처럼 시원하다. 꽃게 향이 그윽한 김칫국물이, 돼지고기 넣고 진하게 끓인 김치찌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5월 꽃게는 게국지를 더 빛나게 하는 식재료이다. 꽃게는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가 산란기인데, 알을 낳기 전 5월부터 6월 초순까지 잘 잡힌다. 산란 전 몸에 영양분을 충분히 축적해 두기 위해 연안 쪽으로 먹이를 찾아 올라오기 때문이다. 연중 시중에 유통되는 냉동 꽃게도 대부분 5월에 잡은 것을 냉동한 것이다. 그래서 알과 살이 꽉 찬 생물 꽃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건 5월과 6월 초 한때다.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게다. 지역의 애환이 서린 충남 태안의 향토음식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게국지 요리로 기념일이 많은 5월의 식탁을 더욱 의미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

꽃게 1마리(350g), 다진 마늘 1/2T, 새우젓 2T(30g), 고춧가루 1T, 육수(쌀뜨물 4컵)



만드는 법

1 절인 배추는 먹기 좋게 자른다.

2 잘라놓은 배추에 고춧가루, 새우젓 국물, 마늘을 넣고 버무린다.

3 쌀은 깨끗하게 씻은 후 쌀뜨물을 준비해 둔다.

4 꽃게는 솔로 씻은 후 절반으로 잘라준다.

5 절반으로 자른 꽃게와 위의 배추를 함께 혼합하여 버무린다.

6 냄비에 양념한 배추를 담고 쌀뜨물을 부어 끓여준다.

7 7∼8분 끓인 후 그릇에 담아낸다.



조리 Tip

1 꽃게 손질할 때 배 딱지를 열고 손으로 잡아당겨서 제거한다.

2 꽃게의 더듬이와 모래주머니를 제거한 다음에 절반으로 잘라준다.

3 손질하면서 다리 끝과 등딱지의 날카로운 부분을 잘라내면 먹기 편하고 양념도 깊게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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