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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0일(水)
‘노무현·親文’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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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자축할 시간도 없이 10일 곧바로 국가 최고지도자, 행정부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 직무를 시작했다. 엄중한 안보·경제 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은 행정부 구성, 국정과제 구상, 대통령직 수행 등 3가지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한다. 당선에서 취임까지의 기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지만 문 대통령은 출발부터 일복이 터진 셈이다.

그러나 41%에 그친 득표율은 문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소야대 국회에 국민 절반의 지지도 받지 못한 소수정권이 이끌어야 할 대한민국호는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양극화도 심각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가적 리더십은 붕괴된 상태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내걸고 당선 일성으로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란 두 화두가 선순환의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서로 충돌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를 정리할 때 ‘청산’에 방점을 두면 청산의 주체와 대상 간에 대립은 불가피하다. 반면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배상으로 상처를 치유하되 도덕적 권위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화해’에 무게를 두면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이력을 되짚어 보면 그 조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친노무현)세력’이다. 친문(친문재인)세력은 친노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친노세력이 ‘패권주의’란 비판을 받는 것은 ‘헤게모니 없는 다수파’이기 때문이다(원조 친노 장신기 박사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참고). 정치적 헤게모니란 지배세력이 도덕적 우위나 정치력 등을 통해 다른 세력의 자발적 동의를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헤게모니가 없는 지배세력은 힘(민주주의에서는 숫자)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패권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친노세력이 패권주의에 빠진 이유는 ‘노무현 후광’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등에 따른 ‘피해의식’과 자신들이 개혁 주체라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노세력은 다른 정당은 물론 같은 당내 다른 정파에 대해서도 피해의식을 갖고 적대적 태도를 취한다.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세력에 대해서는 힘으로 압박을 가해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적대세력으로 규정, 내부 결속력을 강화해나간다. 안철수 의원 등이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이나, 당내 후보 경선 및 대선 본선에서 ‘친문세력’들이 상대 측에 문자테러를 가한 것, 문 대통령이 이런 행태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당면한 정치적 환경에서 협치와 통합의 리더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회선진화법과 여소야대로 규정되는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제대로 된 출발을 하기 어렵다. 당장 국회에서 국무총리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새 내각을 구성할 수 없고, 취임 초 100일 내 승부가 난다는 새 정부 개혁정책의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다. 그렇다고 야당 의원 몇 명을 임명하는 정치적 제스처에 그친다면 야당의 불신을 초래해 임기 내내 야당과 대립을 거듭하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친노세력의 대표나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전 국민의 리더다. 그러나 친노세력의 패권주의적 성향은 생래적인 것이어서 일부 수정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분열된 나라를 통합해 위기 극복에 나서려면 철저하게 ‘자신’을 버려야 한다. 노무현을 버리고, 친문세력을 버리고, 마침내 민주당까지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친문세력과 민주당에 대한민국을 위해 문재인을 정파의 족쇄에서 풀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그렇게 버려서 비워진 자리에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청장년층과 노년층을 두루 아우르는 통합의 정신을 채워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첫 시험대다. 강을 건넌 뒤엔 뗏목을 버려야지 짊어지고 가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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