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재테크>‘고령층 엥겔지수’ 심각한 수준… 안정적 노후소득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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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 엥겔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소비지출 중 식료품 지출비중을 ‘엥겔지수’라고 하는데, 이 지수가 낮을수록 선진국 혹은 생활수준의 고도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척도로 삼아왔다. 그런 엥겔지수가 2004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엔 13.7%로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그럼 정말 우리나라는 확실히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분명 식료품비의 비중이 추세적으로 줄어든 것은 맞다. 그러나 여기에 간과한 사실이 있다. 먼저 식료품비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음식·숙박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외식 추세는 식료품비가 아니라 음식비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소비지출 중에서 대표적인 ‘선택적 소비’인 오락문화비와 교육비는 2003년 이후 거의 변화 없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반면 ‘필수 소비’ 성격이 짙은 교통비, 주거·수도·광열비, 보건지출은 2003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단순히 엥겔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선진국 수준이라거나 생활수준이 고도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엥겔지수를 볼 때 60대 이상 고령층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가구당 소비지출 규모는 최근 13년 동안 무려 50%나 증가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소비지출 규모가 감소세(-0.5%)를 보였다. 문제는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65만 원으로 평균보다 더 큰 폭인 -4.4%를 기록해 40∼50대의 소비지출이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60세 이상 가구의 경우, 교통비의 감소가 가장 컸고 식료품비도 2.1% 감소하였다. 엥겔지수를 구성하는 분모인 소비지출이(-4.4%) 분자인 식료품비보다(-2.1%) 더 크게 줄어 엥겔지수가 높아진 것이다.

또한 외식과 관련이 높은 음식·숙박비와 주류·담배의 지출도 크게 늘어나 60대 이상 고령층은 실질과 형식 모든 측면에서 엥겔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노령층의 생활수준은 실제로는 나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엥겔지수를 낮추기 위해 식료품비를 줄일 수는 없다. 소비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소득이 늘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은퇴가구의 현 주소가 있다. 안정적인 노후소득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일을 하여 근로기간을 연장하거나, 착실히 연금을 준비해 연금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총소득이 늘어나야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그래야 엥겔지수가 떨어져 실질적인 생활 수준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