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기준없는 문화재관람료·주차비 ‘들쭉날쭉’ 요금에 방문객 ‘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매표소에서 사찰 측이 방문차량 등을 상대로 입장료와 주차료를 징수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ant735@

국립공원 입장료는 폐지했지만
등산만 하려고 지나가도 관람료

지역주민 · 관광객 요금 차등에
신용카드 거부… 대부분 현금만

주차비도 지역마다 ‘천차만별’
잠깐 세워놔도 하루 요금 받아

전국 주요 관광지에 있는 유명 사찰, 공원 등의 입장료 및 문화재 관람료, 주차료가 일정한 기준도 없이 들쭉날쭉이어서 방문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요금차가 너무 크고 2중 3중으로 받는 곳도 있는 데다 주민들과 외지인에 따라 차등을 두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안 받고 현금을 고집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차량 주차는 잠시만 해도 1일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반발을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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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전국 국립공원 22곳은 입장료에 대한 민원이 많이 발생하자 지난 2007년부터 전면 폐지했다. 그러나 국립공원 내 국보, 보물, 지방자치단체 지정문화재가 있는 사찰 등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형식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 안 사찰의 경우 입구가 동일해 통행세로 오해한 방문객들의 불만이 많지만 공원관리공단과는 관계가 없고 각 사찰이나 지자체가 금액을 정해 받고 있다.

유명 기도 도량으로 불리는 경남 남해군 보리암에 가기 위해서는 입장료와 주차비, 마을버스 탑승료 등 무려 3차례 요금을 내야 한다. 보리암 입장료는 1000원(이하 성인 1인 기준)이지만 승용차로 가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국립공원 한려해상사무소가 운영하는 보리암 복곡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주차비는 성수기(5∼11월)의 경우 5000원씩(이하 소형 승용차 기준)이지만 다시 주차장에서 보리암 입구까지 마을버스 운행 요금은 왕복 2000원이다. 한 번 방문에 8000원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국립공원의 동학사와 갑사는 각각 3000원의 입장료와 4000원씩의 주차요금을 받아 7000원에 달한다. 이들 사찰은 지난해 9월부터 종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입장료를 일제히 올렸다. 동학사의 지난해 입장료 수입은 4억3000만 원, 주차장 수입은 6억8000만 원이다. 유명 불보(부처님 진신사리 봉안)사찰인 경남 양산시 통도사도 입장료 3000원과 주차료 2000원 등 5000원씩을 내야 한다. 양산시 주민들은 입장료가 무료다. 사찰 측은 “통도사뿐 아니라 주변 암자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이라고 밝히고 있다.

입장료에 대한 민원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차등을 두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경북 포항의 유명 사찰인 내연산 보경사는 입장료를 지난해 1월 관외 거주자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고, 포항 시민은 25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렸다. 외지 차량 주차요금은 2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대신 포항 시민은 무료로 입장시켰다. 보경사 측은 최근 두 차례나 포항시민을 상대로도 주차료 징수방침을 세웠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포항시가 나서서 주차장을 임차해 운영하는 방안을 사찰 측과 합의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받을지, 아니면 외지 차량에 대한 주차 요금은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산의 범어사는 진통 끝에 2008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고 주차료만 받는다. 대신 부산시는 문화재보호관리 지원사업비 보조와 방문객 편의를 위해 연간 3억 원씩을 사찰 측에 지원하고 있다.

주차요금은 같은 지역에서도 천차만별이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국립공원 입구의 주차비는 3000원이며, 법주사에서 4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반면 제천시 월악산국립공원은 모두 무료다.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은 내부 사찰 때문에 3500원의 입장료에 공원 입구 주차비는 5000원(성수기)이다. 원주시 치악산국립공원은 입장료가 2500원이지만 멀리 떨어진 2곳의 주차장은 무료다.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도 3000원의 입장료에 주차비는 4000원이지만 태백시 태백산국립공원은 주차료·입장료가 없다.

전남지역 도립공원의 주차요금은 전남도가 지역 사정에 따라 매기도록 시·군에 위임했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난다. 조계산 선암사와 천관산은 2000원이지만 두륜산은 3000원이다. 조계산 송광사, 무안 갯벌, 신안 갯벌은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는다. 충남권 3개 도립공원 가운데 예산 덕산도립공원 내 수덕사가 입장료(3000원)와 주차료(2000원)를 받고 있지만 논산 대둔산도립공원은 2000원의 주차요금만 받고 있다. 경기도 내 도립공원은 수리산·연인산·남한산성 등 3곳이지만 남한산성만 입장료(2000원) 및 주차료(1000원)를 징수하고 있다.

인천 강화도의 천년고찰 전등사도 입장료(3000원) 및 주차료(2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또 강화도에서 차도선을 타고 10분가량 들어가는 석모도의 유명 사찰 보문사 역시 입장료 및 주차료로 각각 2000원씩에다 연결다리가 개통할 때까지는 왕복 뱃삯 2000원도 추가로 내야 해 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불교신도로 전국 사찰 여행을 자주 하고 있다는 강모(53·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등산만 하는데도 사찰을 지나가야 해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놓고 실랑이를 하다 보면 기분이 상한다”며 “사찰·종단별로, 부지 소유 여부에 따라 입장료와 주차료가 천차만별이지만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 수도 없고 제대로 설명해 주는 곳도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부산·대전 = 김기현·김창희 기자 ant735@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