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개막>北 “그 어떤 간첩집단도 소탕해버릴 것”

주한미군 ‘휴민트 부대’ 맹비난
한미동맹 조롱 글 잇달아 게재

북한이 최근 남북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 주한미군 524 정보대대 일명 ‘휴민트 부대’의 창설 계획을 비난하며 “그 어떤 간첩 집단도 일격에 소탕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특수 조직 ‘코리아 임무 센터’ 신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논평에서 “인적정보 대대 창설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할 목적 밑에 우리의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방면에 걸쳐 정탐·파괴·암해(몰래 해를 끼치는 행위) 책동을 더욱 강화하고, 더욱 구체적인 자료를 걷어쥠으로써 때가 되면 저들의 흉악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매체가 주한미군의 휴민트 부대 창설 계획에 대해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체는 “미국의 정찰위성들이 우리 공화국을 주야로 감시하고 정찰기와 무인기들도 수시로 정탐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그와 함께 미국은 관광이나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우리 내부에 간첩들을 들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의 관영 매체는 이날 오전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았지만, 새 정부를 향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및 대북전단 살포 중단,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 정부 출범일인 전날에는 한국이 대미관계에서 ‘가련한 신세’라고 주장하며 한·미동맹을 조롱하는 글을 잇달아 게재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미국의 정보 활동을 비난하면서, 이 같은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한·미동맹을 깎아내리고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여론 공세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측의 진보 정부 수립으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지만,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 속에서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본격적인 남북교류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