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당혹?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일 오전 임명돼 강도 높은 검찰개혁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법조계, 기대·우려 교차
‘공수처’ 도입 시스템 바꾸고
‘禹라인’ 등 대폭 물갈이 예고
檢 출신이 檢 흔드는 일 차단
“역할 제자리 찾을 것” 분석도
정치력 필요한데 실무경험 無
현실과 동떨어진 개혁 할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검찰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검찰은 초긴장 상태다. ‘조국 민정수석 카드’에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검찰 조직을 쥐고 흔드는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과 법조 현장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나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선전포고” = 조 교수의 민정수석 발탁이 알려지자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사실상 검찰 개혁에 착수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조국 카드’는 문 대통령의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막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도입 등을 통해 시스템을 변화하고 박근혜정부 ‘우병우(전 민정수석) 라인’ 등 대폭 물갈이 인사도 예상된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조직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반드시 장점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정책을 입안하는 데에도 역할을 하는 등 정책적 측면에서도 고민해 온 부분이 있는 만큼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조 수석 내정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 내부에서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검찰을 이해하는 민정수석이 올 경우 검찰 개혁 방향을 놓고 설득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날 오전 공식 발표가 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 도입은 사실상 막을 수 없는 흐름 아니냐”고 말했다.
◇“민정수석 역할 제자리 찾을 것” = 조 수석 임명이 그간 지나치게 비대해졌던 민정수석의 역할을 제대로 돌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의 역할에 대해 그간 검찰, 법무부, 사정기관을 지휘하고 쥐고 흔드는 것처럼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며 “조 수석 임명은 검찰과의 거리두기로 해석되고, 이는 노무현 정부 때의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 교수는 이날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 때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비(非)검찰 출신으로 민정수석을 지낸 바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의 전횡논란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폐단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여론이 검찰 출신 민정수석의 발탁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도 이번 인사의 배경이다.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검찰 개혁을 염두에 두고 여론의 지지가 최고점에 이른 상황에서 민감한 개혁 과제를 처리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로도 해석된다.
◇“서초동 너무 몰라 걱정” =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 교수가 사회참여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전문적인 식견도 갖추고 있지만 검찰이나 법원, 변호사업계 등 소위 ‘서초동’의 상황을 너무 몰라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이나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내 공석인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 2명의 대법관, 9월 퇴임 예정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 인사를 임명하고 연내 검찰총장도 새로 선출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문화일보 4월 27일자 10면 참조) 문 대통령의 이들 인사가 조 교수의 민정수석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견 로펌 소속 변호사는 “실무경험이 있는 법조인으로서 법조계 이슈를 바라봤던 게 아니라 법학자의 입장에서 관련 이슈를 접했을 테니 아무래도 현장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정수석실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이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구(舊)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막강한 권력 기관과 업무를 같이 해야 하고 인사 검증 등 워낙 예민한 영역을 다뤄 섬세한 정치력과 감각이 필요한데 조 교수의 경우 현장 경험이 너무 없어 자칫 노련한 검찰과 법원, 국가정보원 등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정수석은 결국 검찰과 협조를 통해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에서 민정수석실을 경계한다면 제대로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민병기·이후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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