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대통령의 ‘동맹 강화’ 共感과 시각 다른 현안들

한국의 새 정부와 미국 행정부가 이념 지향 차이로 마찰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양국 정상이 직접 ‘동맹 강화’에 공감(共感)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단순히 좋은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선서식에서도 “필요하면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론에서의 이런 덕담에도 불구하고, 각론에 들어가면 충돌하는 현안이 많다. 두 정상이 대북 정책 기조는 물론 구체적 현안들을 놓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을 한국에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또, 북핵·미사일 제재 강도 및 수순을 놓고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유화책을 강조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 행정부·의회까지 합심해 ‘최대한의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 방위비 분담금, 자유무역협정 등도 언제든 심각한 걸림돌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 방미를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특사단을 미국에 파견하겠다고 했다.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은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7월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이뤄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그 준비 과정을 통해, 양국 입장을 정치(精緻)하게 조율해 동맹 강화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의 도발 의지를 누르고 일각의 안보 불안감도 불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