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6.2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외교
[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2일(金)
“韓이 스스로 對北제재 푼다면 국제공조 와해 시키는 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0일 문재인 시대 개막을 맞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국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외교관계를 설명하면서 서울 시내 광화문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최 부원장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없으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지금과 같은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늦게 ‘철(?)’이 들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은 사람이다. 한창 공부해야 할 고교 시절 전국 여행을 다니며 낭만과 모험을 즐기다가 재수를 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대해 “좀 놀았다”고 말했다. 좀 논 덕에 외교·안보와 군사 분야에 관심이 깊으면서도 ‘점수’에 맞춰 경희대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해야 했다. 고교 시절 ‘문제아’라는 별명을 얻으며 방황하다가 재수 끝에 경희대에 입학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 10일 공교롭게도 경희대 동문이면서 국내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인 최 부원장을 만났다. 최 부원장은 철이 든 이후에도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일하다가 30대 후반 김대중 정부가 처음 만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기획조정부장을 맡으며 공직에 뛰어들었다. 노무현 정부에선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 교수를 한 뒤,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장에 오르며 외교 분야를 섭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내 대표적 민간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부원장으로 영입됐다. 외교안보연구원 재직 시엔 한국정책방송과 아리랑TV에서 3년간 앵커를 하며 자신의 ‘끼’를 확인했다. 보수와 진보, 국방과 외교, 정부와 민간, 학자와 앵커를 오가는 이력은 최 부원장의 정책적 스펙트럼과 전문성에 이어, 사고의 탄력성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평가한다면.

“결국 탄핵정국으로부터 시작된 보수의 몰락을 의미한다.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41%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국정운영이 앞으로 쉽지 않다. 결국 협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인사다. 인사가 어떻게 되는지 봐야 정책의 방향성이나 정치 판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눈여겨보는 인사 파트는.

“외교·안보 분야다. 이 분야 인사를 봐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햇볕정책 2.0’이냐, 새로운 형태의 현실적·합리적 정책으로 갈 것이냐 판가름할 수 있다. 또 북한 문제에 몰입하는 정책이 될 것이냐, 좀 더 판을 넓게 보는 정책이 될 것이냐를 판가름할 수 있지 않을까.”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보수층에서 여전히 불안해하는 시선이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북한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진보세력을 껴안으려다 보니 주저한 면이 있지만 이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대선 후보 시절과 상당히 다른 면을 보여야 한다. 또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의 관점이 북한 문제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 좀 더 넓게 봐야 하는데, 큰 판을 보고 해석하는 그림이 갖춰져 있지 않다. 전반적으로 외교정책의 틀이 잘 안 보였다. 각론은 있는데 총론에서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외교·안보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은 포퓰리즘으로 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도 그러했는데, 그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궁합은.

“잘 맞지 않는 궁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큰 틀에서 주고받기를 원하는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은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궁합이 더 잘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큰 틀에서 치고, 합의할 것은 합의하며 줄 것은 주는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은 리더십이 강한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트럼프는 그것을 약점으로 보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좀 걱정이 된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있나.

“미국을 자주 다녀오는 편인데, 미국에서 문 대통령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세 가지 사안 때문이다. 첫째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말한 것이다. 지금 중국까지 나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모드다. 그런데 한국이 제재를 스스로 풀어버린다는 것은 국제공조가 와해된다는 의미다. 비핵화를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이라고 걱정한다. 둘째 미국은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 재개에 강한 집념을 보이는 점을 우려한다. 남북대화는 자칫 대화를 위한 대화로 이어지고, 결국 미국의 압박 정책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셋째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려는 게 아닌지 미국은 우려한다. 미국으로선 두 동맹국이 잘 지내야 하는데, 이 합의가 뒤집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솔선수범해 나가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끈다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르다. 우리가 북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대외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상 관점이나 접근법이 과거 수준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미 동맹이 영원한가.

“한·미 동맹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다. 우리는 한·미 동맹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 간 동맹 관계가 없으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지금과 같은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 한·미 동맹이 없다면 중국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자주적인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미국이 움직이는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도록) 노력은 하되, 우리의 영향력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할 얘기는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한국은 미국이 제일 만만하냐. 왜 미국에 대해서는 ‘노(No)’라고 하면서 중국엔 ‘노’라고 하지 못하나”라는 불만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만큼은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니까, 미국 내에서 평가가 좋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를 평가해달라.

“애초 예상보다는 조금 낫다. 그런데 여전히 예측하기 힘든 정부다. 과거 한·미 관계는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박정희와 지미 카터 간, 그다음 노무현과 조지 W 부시 간이었다. 문재인과 트럼프 간에 세 번째 폭풍이 올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과는 분명히 다르다. 대통령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 정부라서 우리가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주한 미국 대사가 장기간 공석인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의 비중이 떨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인선이 쉽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가진 인재 풀 자체가 적다. 대신 주한미군 사령관이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이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안보가 제일 중시된다고 본다면 주한 미 대사가 없더라도 그 정도 역할을 할 사람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청구를 주장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비즈니스맨이다. 돈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지금까지 관철해왔던 가치와 리더십에 굉장한 손상을 주는 발언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미군은 마치 용병처럼 비친다. 심각한 문제다. 미국의 가치와 책임국으로서 평가가 완전히 저하돼버린 것이다. 문제는 미국엔 그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고 동맹을 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호응해 줘야 하나.

“미국과 거래관계를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미국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우리가 받아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나름의 대차대조표로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가 주고받기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접근을 잘했다. 모든 것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미국이 선제타격 얘기를 하다가 돌연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꺼내 들었다. 대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제가 볼 때 관여는 압박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다. 앞쪽(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주류는 결국 장기적인 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갑자기 ‘관여’ 얘기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선제타격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 말을 꺼낸 것이다. 사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선제타격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다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직접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선제 타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의 선제 타격이라면 다른 얘기다. 미국은 이미 그 시기를 지났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인내하는 시한은 얼마나 될까.

“시한보다는 조건이 문제다. 미국은 북핵의 동결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정부보다는 나은 것을 얻었다는 점을 트럼프 정부가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수준까지는 가야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사찰 요구 얘기가 미국에서 나오나.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오바마 정부 수준은 안 된다, 북핵 동결 수준도 아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보상을 할 생각도 없다. ‘우리가 나쁜 일에 왜 보상해주나. 트럼프는 절대 보상을 안 한다’는 게 미국 사람들의 예측이다.”

▲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위안부 협상 합의 내용 유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그렇더라도 북한에 유인책을 줘야 하지 않나.

“북한이 안보 위기를 심각하게 여기면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요구대로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등 이런 얘기는 미국으로선 할 수 없다. ‘너네(북한)가 비핵화를 먼저 하면 우리(미국)는 관계개선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여기에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대북 강압 정책 안 하겠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정도만 돼도 본인(미국인)들은 너무 많이 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의 분위기가 안 좋다. 민주당 사람들마저도 과거보다는 더 강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워싱턴 내 대화론자들은 굉장히 소수다.”

―미국 내에 선제타격에 대한 여론이 강한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다. 아무리 강경한 사람이라도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외교로 갈 수밖에 없는데 현재 그러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 당국자와 북한 관련 미국 민간전문가가 만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식의 ‘트랙 1.5 대화’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미 간 양자 대화 가능성은.

“‘트랙 1.5 대화’에 미국 정부는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 관리가 하나도 안 갔다. 오슬로엔 정례적으로 북한 사람들을 불러다 회의를 여는 외교정책 연구소가 있다. 미국 정부가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없다. 미국 싱크탱크 쪽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겠다고 하면 미국 정부는 ‘만나라’ 그러고 만다. 우리는 북·미 간 비밀 대화접촉 시도라고 보는데 그건 아니다.”

―그럼 의미 있는 대화체는 무엇인가.

“만약 그 대화가 미국 내에서 개최되면 그건 의미가 있다. 비자를 발급해주는 것이니까. 북·미 당국 대화는 아직 많이 먼 얘기다. 뉴욕채널도 아직 가동이 안 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중국 주재하에 열리는 북·미 간 대화다. 과거 3자 대화 같은 거다. 김대중·이명박 정부 시절 다 해봤다. 그런데 그때보다 미국 정부가 더 완고한 입장이다. 북한이 말로 하는 수준 정도론 안 된다.”

―북한이 이런 신호를 받았을까.

“미국은 지금 대북 제재의 25%밖에 안 했다고 한다. 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우는 방법도 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우리가 더한 압박도 할 수 있는데 북한, 너네 잘 생각해봐. 중국도 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놀란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제재)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뭔가 북·미 간 ‘빅딜(Big deal)’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인데 전혀 다른 상황인가.

“그렇다. 한국 정부는 빅딜 대화를 바라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에 조언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언젠가는 북한과 미국이 딜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빅딜을 하려면 트럼프가 얻는 게 많아야 하고, 지금 북한이 내놓은 카드로는 그게 안 된다. 지금 ‘급한 불은 껐다’ 정도다. 당분간 북핵은 소강과 탐색 국면 정도로 갈 것이다. 북한도 한국의 새 정부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 내에서 대화 얘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북한이 대화로 핵무기를 포기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 생각을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정권 초기만 하더라도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으면 포기하겠다는 딜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 시기에 들어와서는 협상이 안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핵을 택할 것이냐, 체제 몰락을 선택할 것이냐’ 압박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상당히 세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긴장 국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긴장국면에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타격 위협이 없는 한 미국은 북한을 때리지 않는다. 북한의 우라늄 시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서지컬 스트라이크’(특정 포인트만 공격하는 외과 수술식 타격)는 북한의 핵 개발 속도를 몇 년 늦추는 것밖에 안 된다. 가능성이 낮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의 체제 전환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북핵은 단기간에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중국이 진짜 대북압박에 나선 것인가.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트럼프는 다르다’는 것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확실히 느낀 것 같다. 그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 그러면서도 딜은 가능한 사람인 것 같다고 보는 듯하다.”

―두 정상의 대화에 대한 후일담 없나.

“나중에 들은 얘기가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한 게 없다고 한다. 다만 ‘잘해주길 바란다’는 정도만 얘기해놓고 3일 뒤인가 시진핑에게 전화해선 ‘잘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굉장한 압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움직임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중국도 심각하게 생각한다. 정상회담 중 시리아에 미사일을 쏘고,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간다고 하니까 중국으로서는 ‘우리가 무엇인가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느낀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의 외교정책 DNA가 바뀌었다, 이 정도는 아니고.”

―중국은 자존심이 유독 강한 나라인데 시 주석으로서는 모욕적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언론보도를 특별하게 많이 하지 않았다. 사진만 몇 개 보도하고 넘어갔다. 시진핑에겐 불쾌한 정상회담이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구나, 저걸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중국에 좋지 않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려면 미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데 이 환경을 얘네(미국)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구나’ 이렇게 판단한 것 아닐까. 그러면서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의 실용적 태도로 돌아선 건 아닌가 한다. 속으로는 절치부심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엇을 두려워하나.

“중국으로선 연평균 6.5%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그것을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두 가지가 가장 핵심적이다. 하나는 지적재산권 문제다. 다른 하나는 환율조작이다. 이번에 트럼프와 시진핑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다. 중국으로서는 완전히 허를 찔린 것이다. 시진핑이 답변할 것을 많이 가져갔을 텐데 말 한마디 안 했다. 세 번째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중국 시장에서의 외국 기업 차별이다. 이것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방어할 방법이 없고 경제성장이 언제 둔화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중국 때리기를 예상보다 안 하고 있는데,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 같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간 하긴 할 것이다. 기왕에 핵 보유 국가가 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해서 쐐기를 박는 것이다. 아니면 조금 유예하는 길이다. 당분간은 유예할 것 같다. 지금 상황이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물론 계속해서 미사일실험 같은 군불은 땔 것이다.”

―북한이 6차 핵 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이 무엇을 할 수 있나.

“북한을 가장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석유와 식량 문제다. 식량은 인도적인 문제라서 쉽지 않다고 본다면 답은 석유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금융거래와 노동력 문제도 큰 카드다. 노동자 수용 인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까.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권을 더 확장해 주는 것이다. 그건 아니다.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 내 개혁세력의 등장이다. 김정은 대체세력의 등장. 가장 좋은 것은 김정은이 개과천선해서 덜 호전적인 방식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지만 지금 문제는 장성택 등 대체세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굉장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현 지도부는 포기하더라도 북한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지정학적인 차원의 미국과의 게임에서 중국이 열세로 몰리는 상황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너무 급히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특히 사드 문제를 확 뒤집는다면, 중국에 ‘한국은 흔들면 언제든 중국으로 올 수 있는 쉬운 상대’라는 것을 각인시켜줄 뿐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으로 끌어가면서 실행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나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 정부는 중국에 대한 과거의 환상부터 없애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무역흑자를 내주는 나라라는 좋은 이미지였는데, 지난 1년간 중국의 민낯을 본 것 아닌가. 중국이 무슨 선의를 가지고 있나. 중국처럼 힘을 숭상하는 국가가 있을까. 더 이상 중국의 선의를 기대하지 말고 외교적으로 고단수 전략을 펴야 한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무엇을 원한다 해도 천천히 가야 한다. 역설적으로 한·미 동맹이 커져야 중국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 줄 수 있다. ‘한국이 ‘노’ 하니까 미국도 못 움직이는구나, 한국과 잘 지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늘 이익을 남겨주는 꿈의 시장이 아니다. 중국은 경쟁상대다.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보면 큰 오산이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맞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전면 재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아베에게 칼자루를 넘겨주는 꼴이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 문제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 일본이 가진 정보능력이나 미국의 능력을 봤을 때 일본을 끌어안는 게 유리하다. 일본이 북한 문제에 있어 독자적 능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내에서 ‘한국은 필요 없다. 미·일 동맹으로 충분하다’는 소위 ‘코리아 패싱’ 논의가 커지고 있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본을 묶어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와 안보를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아베가 두 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불만이 많다.”

인터뷰 = 김만용 차장(정치부) mykim@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韓 전술핵 재배치땐 對北억지력 커져 … 北과 비핵화 협상도 가…
[ 많이 본 기사 ]
▶ 1심 전원 유죄 ‘정유라 특혜’ 재판…혀를 차게 한 ‘말말말’
▶ 日, 해저화산 폭발로 ‘횡재’…여의도 24배인 70㎢ 영해 확..
▶ “웜비어, 김정은 사진 실린 노동신문으로 구두 쌌다 구속..
▶ UFC 김동현, 선수 보호 차원 180일 출전 정지
▶ 정유라 입만 열면 ‘폭탄’···변호인도 “못말려” 곤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최순실 “나이도 어린 게 시건방지게 말대꾸…교수님 같은 분 처음”“소설쓰는 줄 알지만 없는 얘길 만드나”…“학장님도 교수냐…뻔뻔”‘비..
markUFC 김동현, 선수 보호 차원 180일 출전 정지
mark정유라 입만 열면 ‘폭탄’···변호인도 “못말려” 곤혹
절도 있는 동작 속 파괴력…‘다른 듯 같은’ 北 ..
이대호 “오재원 훈계? 말도 안된다. 그렇게 보..
사상 첫 美대사관 포위 집회…19분간 ‘사드반대..
line
special news ‘나 혼자 산다’ 김사랑 효과···16개월 만에 시..
배우 김사랑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MBC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연출 황지영, 임찬)..

line
“한국당, 4대강에 세금 쏟아부어…‘추경 반대’..
“웜비어, 김정은 사진 실린 노동신문으로 구두..
‘폭탄 투척에 인질 참수’ IS 소재 중국산 ‘짝퉁..
photo_news
‘배변 못가린다’며 강아지 학대…SNS에서 영상 확산
photo_news
日, 해저화산 폭발로 ‘횡재’…여의도 24배인 70㎢ 영해 확..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52) 56장 유라시아 - 5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신랑의 고민
mark국어 선생님
topnew_title
number 中 쓰촨성 새벽 산사태로 140명 이상 매몰
CNN, 백악관 생중계 금하자 법정 스케치 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그룹 경영서 배제됐..
6시간동안 때리고 바다에 빠뜨리고…친구 숨..
추미애 ‘자유한국당’ 5행시…“독선·독재·독기..
hot_photo
시구 준비하는 김새론
hot_photo
김기방, 화장품 사업가 김희경과..
hot_photo
설리, 자꾸 왜 이럴까?…이번엔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