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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2일(金)
美 “과반득표 미달 당선자 막자”… ‘선호투표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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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이 실시된 지난 2016년 11월 8일 뉴욕의 한 공립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있다. 당시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당선돼 취임 후에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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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새로운 선거방식

한 국가의 정상을 뽑는 선거는 민심을 하나로 모아 국가가 새 출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다. 그러나 투표를 통해 여러 후보자에게 분산된 표심은 ‘민심 통합’보다는 오히려 ‘민심 분열’만 재확인하는 기폭제가 되고, 선거를 통해 분열된 민심은 선거 불복 운동으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된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최대한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기를 희망하고 때로는 과반의 득표율을 국정 운영의 탄력제로 삼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원주의 시대에 여러 유력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다수결투표라는 현행 선거제도는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서구 정치학자와 경제학자, 과학자, 수학자들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인공지능(AI) 등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최대한 당선자에게 몰아줄 수 있는 새로운 투표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메인 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주지사, 주의원, 주 연방의원 등을 선출하는 투표방식을 기존의 최다 득표자 당선의 단순 다수결 투표방식에서 최종적으로 당선자에게 과반의 득표율을 확보하게 하는 ‘선호투표제’로 변경했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 시장 등 주요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채택한 적은 있지만, 이보다 단위가 큰 주 전체의 주요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채택한 것은 메인 주가 처음이다. NYT는 “공화당과 민주당 외에 무소속 진영이 강력한 제3당을 자주 구축하는 메인 주에서는 최근 열린 11번의 주지사 선거에서 9명의 당선자가 과반 득표 미달이었다”며 “선호투표제의 목표는 이런 현상(과반 득표 미만의 주지사 당선)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학기술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는 호주 등 몇몇 국가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호투표제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를 선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높은 지지도와 동시에 반감도도 높은 후보가 선출돼 선거 불복 등의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호투표제에서 각 후보의 선호순위를 집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유명한 것은 IRV(Instant-runoff voting·즉시결선투표, 소선거구단기이양식투표)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IRV에서는 각 개표 단계에서 득표수가 가장 적은 후보가 제외되고 해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표는 그 투표자가 2순위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가산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한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획득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의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차 투표의 1, 2위를 놓고 2차 투표를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한다. 선호투표제는 한 번의 투표만으로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즉시결선투표라고도 불린다.

이런 선호투표제는 최다 득표자 당선의 다수결투표보다 개표 절차가 복잡하고, 기표나 개표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반대론도 있다. 비용 문제도 반대론의 근거로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공학자, 정보기술(IT)전문가 등은 이제 전자개표 기술 등의 발달로 선호투표제의 오류나 추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재반박한다. 또 선호투표제로는 가장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난한 후보’가 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선호투표제 지지자들은 이 역시 선거 불복의 후유증을 막고 민의를 통합하는 효과로 상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현대 프랑스 투표제도 형성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니콜라 드 콩도르세 후작의 이른바 ‘모델화 투표’ 시스템도 새로운 투표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특정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해도 투표자가 그 우위를 꼭 올바르게 지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콩도르세는 통계적 수법을 사용하면 투표자가 선택하고자 하는 후보를 잘못 판단하는 유형을 모델화할 수 있고, 투표자의 오류를 배제해 최선으로 보이는 후보를 선택하게 하는 투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콩도르세의 이런 아이디어는 수세기가 지나도록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다 게임이론가이자 경제학자인 페이턴 영에 의해 1988년 재해석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투표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오류를 모델화하는 시스템 설계에는 AI가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비해 약 286만 표 적은 46.1%의 득표율을 올리고도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당선된 직후 미국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는 구호를 동반한 대선 불복 운동이 일었었다. 군소 후보의 표를 선호투표제로 재분류해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우위로 당선됐더라면 이 같은 후유증은 덜 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미국 일각에서는 애초에 선호투표제가 도입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선거권뉴스(Ballot Access News)’의 편집장인 리처드 윙어는 NYT에 “각 주에서 경선 당시 선호투표제를 채용했다면 공화당 경선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낙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선도 단순 다수결투표로 인한 민심 분열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투표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1987년 직선제 시행 이후 당선된 역대 대통령의 득표율 사례를 보더라도 노태우(36.6%), 김영삼(42.0%), 김대중(40.3%), 노무현(48.9%), 이명박(48.7%) 전 대통령과 문재인(41.1%) 대통령 등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오히려 탄핵으로 낙마한 박근혜 전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51.6%라는 과반 득표에 성공한 바 있다. 대선을 치를 때마다 한국에서는 진보, 보수, 제3당 등 각 진영으로 갈린 표심이 드러나며 민의 통합의 걸림돌이 되곤 했다. 따라서 한국 정치권에서도 결선투표제 등 새로운 투표방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각종 찬반 논쟁이나 기술적 한계 극복 여부보다 새로운 투표방식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적 이해관계라고 와이어드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투표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에는 통상적으로 그 자체에 투표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정치적 판단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장기적 논리적 사고를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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