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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2일(金)
문재인과 마크롱의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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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이틀 간격으로 정권을 쥔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닮은 듯 다른 이미지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기존 정치세력을 교체한 것이나 정치적 뿌리가 중도좌파라는 점은 비슷하다. 의욕적으로 ‘일자리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확실한 공통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 10%(청년실업률은 25%), 1.1% 저성장으로 신음하는 ‘프랑스병(病)’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둘은 일자리 방법론에서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

프랑스병의 근원은 포퓰리즘 정치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최고세율 75%의 부유세를 내걸자 대중은 환호했다. 올랑드는 200억 유로를 걷어 재정위기를 넘기겠다고 호언했지만, 실적은 고작 4억여 유로였다. 부자는 국적을 포기하고, 기업은 본사를 옮기는 집단 ‘세금망명’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푼돈만 얻고 납세자를 내쫓은 셈이 되면서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올랑드가 몸담은 사회당이 2000년 ‘일을 덜 하면 모두 일할 수 있다’며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인건비만 늘려 고용 기피를 불렀다. 이웃 독일이 노동개혁에 성공하면서 프랑스인 2명을 고용할 돈으로 독일인 3명을 채용할 상황이 됐다. 경쟁이 될 리 없다. 프랑스 역대 정권은 손쉽게 공무원을 늘리는 고용정책으로 일관했다. 일하는 사람 5명 중 1명이 공공부문에 속한다. 재정이 남아날 리 없다.

올랑드가 뒤늦게 부유세를 폐기하고 친기업 노선으로 돌아섰지만, 노조 등 사회당 지지기반의 반발로 여의치 않았다. 이때 등장한 이가 마크롱이다. 2014∼2016년 경제장관을 맡아 휴일영업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의 107개 경제개혁안, 곧 ‘마크롱법’을 주도했다. 그래도 의회 반대에 막히자 올랑드가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위협적”이라며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일은 유명하다. 마크롱은 이번 대선에서 방만한 공공부문 일자리 12만 개를 없애 절약한 돈으로 성장산업에 투자하고, 법인세율을 33.3%에서 25%로 내려 기업의 성장과 고용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주 35시간 탄력 적용 방안도 제시했다. 관건은 강성 프랑스 노조권력과의 승부다. 마크롱식 성장 플랜과 노동개혁의 성공 여부에 주변국의 시선이 쏠려 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은 마치 프랑스의 과거 오류를 재연하는 형국이다. 공무원 17만4000개 포함, 81만 개의 공공일자리 창출 공약은 기존 공무원도 줄이려는 프랑스와 상반된 선택이다. 민간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근로시간 단축 계획은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를 연상시킨다.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도 마크롱과 거꾸로 간다. 물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부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에서 선두를 다투는 과로국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방법이 문제일 뿐 가야 할 길이다. 건전재정을 위한 증세는 감수할 수 있다. 문제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기업·노동 정책들이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경쟁국들의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파격 인하안을 내놓았고, 일본 아베 신조 정부 또한 기업규제 완화·법인세 인하·고용 유연성 확대 등으로 완전고용에 근접했다.

일자리를 늘리는 확실한 수단이 기업 성장과 유연한 고용이다. ‘일자리 최우선’을 내건 문 정부가 출범했지만 그 주역인 기업들은 잔뜩 움츠려 있다. 재벌개혁의 기치 아래 공정거래법·상법·유통관련법·증세 등 기업활동을 묶는 공약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탓이다. 다른 한편으론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청년 의무고용할당제, 기업임금분포공시제 등 친노(親勞) 성향 일색의 노동정책도 예고돼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동 존중’을 주요 국정 기조의 하나로 내세웠고, 또 노동계의 적극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비정규직·청년 등 소외된 근로자를 배려하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용 경직성을 더 키우는 정책은 노동시장 약자를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 뿐이다. 마크롱이 말한 대로 “독점을 해체하고 노동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다. 다수 근로자를 존중한다면 시장의 독점권력의 적폐에 대해서도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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