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가계부채… ‘대출 죄기’만 하다간 ‘탈’ 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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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대출 4조4000억↓
새 정부 규제강화에 초점
부채비율 150%축소 목표

주택 실수요자 등 서민들
은행→제2금융 ‘풍선효과’
質나쁜 대출 빠지는 부작용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지난해 말 1344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공약에 따라 대출 규제를 한 층 더 강화할 계획이어서, 자칫 서민들의 ‘자금줄’을 막고 ‘풍선 효과’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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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4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7조3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조7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1~4월 증가 규모(22조5000억 원)를 따져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26조9000억 원)에 비해 4조4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지난해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 왔다.

‘J 노믹스’로 표현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규제 강화’에 가계부채 관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추진이 대표적이다. 현재 금융기관 ‘자율’로 이뤄지는 총량 관리에 강제성을 부여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보다 더 까다롭게 상환능력을 따지는 DSR을 대신 활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153.6%를 기록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 효과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량 규제와 DSR이 도입되면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소득·저신용 차주에 초점을 맞춰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권 대출 규제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풍선 효과를 이미 경험한 만큼 도입한다 하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실수요자나 생계형 대출자들이 질이 나쁜 대출로 빠지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4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살펴봐도 은행권은 지난해 동기 대비 4조5000억 원이 줄어든 반면 제2금융권은 1000억 원이 늘었다.

문재인정부는 ‘서민 금융’ 차원에서 행복기금이 보유한 1조9000억 원 규모의 소액 장기연체 채권 소각도 추진할 계획이다.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이 대상으로 수혜자는 43만7000여 명이다. 1인당 약 435만 원 가량의 빚을 탕감해주는 셈이다. 이를 두고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