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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5일(月)
보리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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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5농 6숭이요, 5∼6서에 사철 준이라.’ 농어는 5월, 숭어는 6월, 서대는 5∼6월, 준치는 사철 내내 맛이 좋다는 말이다. 숭어·등줄숭어·가숭어 중에서 경남 지방에서 밀치라고 부르는 가숭어가 고기 맛으로는 으뜸이다. 지금 전남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에서는 뜰채 숭어잡이가 한창이다. 숭어가 알을 낳기 위해 서해안으로 이동하는 지난달부터 오는 7월까지 계속된다. 요즘 잡히는 숭어를 특별히 ‘보리숭어’라고 한다. 생물학상의 이름이 아니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할 무렵에 잡히는 숭어가 특히 맛이 좋다 하여 그렇게들 부른다.

숭어처럼 이름이 많은 물고기도 없을 것이다. 걸치기, 글거지, 나무래기, 대다리, 댕가리, 뚝다리, 모댕이, 몰치, 무치, 수치, 준거리 등 100개도 넘는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리고 크기에 따라 달리 불리기도 한다. 숭어의 조선 시대 관용어(官用魚)는 치어(鯔魚)였다. 몸 색깔이 검다는 뜻이니 ‘검은 비단 치(緇)’자를 써야 하지만, 물고기라는 점을 고려해 실사 변 대신 물고기어 변을 쓴다. 또, 한자로 숭어(崇魚)라 쓰기도 했지만, 지리지 같은 데서는 수어(秀魚, 首魚, 水魚)라고 했다.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다고 해서 민간에서 붙인 이름이라는데, 그보다는 고기 맛이 일품이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눈부럽떼기’는 숭어가 많이 잡히는 전남 무안 지방에서 통하는 이름이다. 크기가 작아서 숭어가 아니라고 했더니 성이 나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지었다고 한다. 숭어의 방언은 대개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다 자란 놈은 치어, 작은 놈은 등기리, 어린놈은 모치라고 했지만, 무안 사람들은 더 세분한다. 가장 작은 놈은 모치, 그다음은 참동어·손톱배기, 네살배기 댕가리, 다섯살배기 딩기리, 여섯살배기 무구력이고, 일곱살배기는 숭어라고 부른다.

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오랜 세월 ‘숭어’로 기억하고 있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디 포렐러(Die Forelle)’는 ‘송어’가 맞다. 송어와 숭어는 둘 다 조기어강(綱)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다만, 송어는 연어 목·과·속(目科屬)으로 차고 깨끗한 1급수에서만 살며, 숭어는 숭어 목·과·속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산다. 고기 맛만 따지고 말 게 아니다. 그 이름을 제대로 알면 교양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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