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저격 논란’ 부른 개그콘서트 해묵은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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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900회 초청도 못받아”… 임혁필 “관계없는 유재석만 나와”

KBS 2TV ‘개그 콘서트’(개콘)의 해묵은 내홍이 방송인 유재석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엉뚱한 곳으로 유탄이 튄 상황에서 “‘개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개콘’ 900회 특집이 방송된 후 옥동자, 마빡이 등으로 ‘개콘’의 중흥기를 이끈 개그맨 정종철(사진)은 자신의 SNS에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인터뷰 제안 한 번 없었다”며 “많이 아쉽고 서글프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역시 ‘개콘’ 출신인 개그맨 임혁필이 정종철의 글에 “(옥)동자야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이랑 아무 관계 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는 댓글을 달며 논란이 커졌다. 제작진의 요청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특별출연한 KBS 공채 개그맨 출신 유재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후배인 임혁필이 유재석에게 존칭을 쓰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결국 임혁필은 자신의 SNS에 사석에서는 편하게 지내는 사이라며 “동갑내기한테 ‘유재석’이라고 했다고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할까요”라며 네티즌의 지나친 인신공격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은 후 이 글을 삭제했다.

표면적으로는 도와주고 뺨맞은 격인 유재석을 둘러싼 논란이지만, 본질은 ‘개콘’의 구조적인 문제다. 정종철은 진짜 ‘개콘’을 위해 일한 이들이 외면 받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왜 그들은 이토록 친정에 서운할까? ‘개콘’은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이지만, 그들에게 ‘개콘에만 출연하라’고 강요하기로도 유명하다. ‘개콘’을 통해 인기를 끈 연예인이 타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사실상 ‘퇴출’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개콘’에 출연했던 한 개그맨은 “프리랜서지만 타 프로그램 출연 여부를 제작진에 허락받아야 하는 폐쇄적 구조”라며 “한번 ‘개콘’에서 나가면 다른 KBS 예능 출연에도 제약이 있다”고 꼬집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키워주니 배신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인기에 기대 사는 연예인에게 ‘개콘’ 출연만을 강요하는 건 욕심이다. 또 다른 중견 개그맨은 “‘개콘’을 애증의 대상으로 보는 개그맨들이 많다”며 “그러니 친정의 잔칫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지 못한 서글픔을 SNS에 배출하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