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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7일(水)
빈부격차가 포퓰리즘 원인?… 이민자·테러에 사회안전망 위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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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③ 서구 민주주의 사회 강타한 포퓰리즘

지난 5월 7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39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됐다.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자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원내 의석이라곤 단 한 석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급조된 정치운동 ‘앙마르슈(En Marche·전진)’의 후보가 극우 포퓰리즘의 상징인 ‘국민전선(National Front)’의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친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2016년부터 거세진 포퓰리즘 바람은 일단 제동이 걸린 듯하다. 물론, 르펜 후보의 패배로 포퓰리즘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단지 숨 고르기 국면에 돌입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지난 1월 ‘포퓰리스트 새해: 세계 희망과 공포의 틀(And a populist New Year: global hopes and fears framework)’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세계 20대 경제 대국 중 11개국에서 향후 2, 3년 안에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 중 미국이 66%로 가장 높은 확률을 보였고, 멕시코와 브라질이 각각 25%로 그 뒤를 따랐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그리고 놀랍게도 한국이 20%의 확률로 포퓰리즘 세력의 정치집권이 가능하다고 분석됐다. 이탈리아, 스페인, 심지어 스위스도 포퓰리스트의 집권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분류됐다. 그렇다면, 현재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포퓰리즘의 원인은 무엇이며 왜 특정 국가에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일까? 과연 한국에서도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처럼 포퓰리즘 집단의 등장을 보게 되는 것일까?

1. 포퓰리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 1월 하버드 인터내셔널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 몰아쳤던 포퓰리즘이 세계화와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둔화된 경제성장과 심화된 불평등이 선진국에서의 중산층 위기와 함께 포퓰리즘을 키운다”고 말하며, “경제성장과 동시에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포퓰리즘의 키워드는 ‘불평등’이었다.

1980년도 이후 도래한 신자유주의 사상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이익을 추구해 전체적 국부(國富)를 증가시키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평균 임금은 정체됐고 늘어난 부와 권력은 상류층에 집중됐다. 중산층은 소득이 줄어들며 빈곤층으로 계층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중산층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게 됐고, 국가주의적 사상을 선동하는 정치세력들이 기성 정치권과 정책을 해체시키는 포퓰리즘을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촘스키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촘스키 교수와 라가르드 총재가 지적했듯이, 현재 포퓰리즘의 근본 원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세계화와 불평등이다. 브렉시트의 배경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게 바로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이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 벨트’는 바로 그러한 현상의 상징이자 심장부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많은 이가 지난 30년간 축적된 불평등은 이전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파리경제대학의 토마 피케티 교수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수익률(return of rate of capital)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경우 부(富)가 상류층에 집중되고 소득불평등이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30년간 상위 1% 그룹의 소득이 총 국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변화를 살펴봤을 때, 그 증가추세가 가장 가파르고 뚜렷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어마어마한 부가 상위 1%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내 불평등의 행진은 다른 어느 국가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진행됐다.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위 1% 집단의 국가소득 구성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을 포퓰리스트의 집권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주목했던 것과 얼핏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약진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흥미롭게도 네덜란드나 프랑스, 스페인처럼 포퓰리스트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몇몇 국가의 불평등 지수는 높은 편이 아니다. 상위 1% 집단의 국가소득 비율을 보면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인 데다가, 지난 30년 동안 그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와 프랑스 르펜 후보의 무서운 포퓰리스트 바람을 목도했다.

반면, 불평등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국가 중 캐나다나 호주 같은 곳은 포퓰리스트 집권 확률이 0%로 추정된 국가이며, 기성 정당 출신의 총리들이 단단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극우 혹은 극좌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뜨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결국,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 포퓰리스트 정치 바람이 분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불평등하지 않은 국가라고 해서 포퓰리즘으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빌더르스의 네덜란드 자유당, 르펜의 프랑스 국민전선, 피아 키에르스고르의 덴마크 국민당 같은 극우노선을 표방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돌풍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2. 탈물질주의적 가치와 부적응 사회계층

이와 관련한 로널드 잉글하트 미시간대 교수와 피파 노리스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가 흥미롭다. 이들은 서구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포퓰리즘은 경제적 불평등이 아니라 사회 가치와 문화의 변화로 인한 갈등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극우파 성향의 포퓰리스트뿐 아니라 극좌 성향의 포퓰리스트에게도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잉글하트 교수는 1970년대 서구 민주주의 사회가 탈물질주의적(post-material) 가치를 중시하는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을 진행해 왔다고 한 바 있다.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고 고도 경제성장 덕분에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안전한 사회 환경이 마련됐다. 이제는 경제적 이익과 같은 물질적 요건이 아니라, 다양한 이슈를 통한 자기실현이나 다른 ‘가치’ 추구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탈물질주의적 가치 추구 현상은 젊은 세대와 고학력층 사이에서 두드러지면서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계급투쟁과 연결되는 경제 재분배 문제는 정치의 주변부(periphery)로 물러나게 되었고, 환경, 성(性) 평등, 인종 평등, 성소수자 권리와 동성 결혼, 개방적인 이민정책, 낙태권과 같은 다양한 이슈들이 정치 의제의 중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러한 진보성향의 탈근대적(post-modern) 혹은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확산 및 정치 이슈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탈근대 사회로의 진입은 지난 서구 사회에서 전통적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들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했는데, 이들은 낯선 사회 가치와 문화에 대해 반발하며 거부감을 가지게 됐다. 주로 노년층 백인으로 학력 수준이 낮은 이 집단은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소외당한다고 느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전통적 가치를 지켜야만 한다고 강하게 믿게 됐다. 이를 정치적 목소리로 이끌어낸 것이 극우 혹은 극좌 포퓰리스트였다.

실제로, 1950년부터 2010년 사이 13개 서구 민주주의 국가(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정당의 정책 이슈를 분석해 보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비경제적 이슈가 경제적 이슈보다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잉글하트 교수의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별 탈물질주의적 정도를 계산했을 때,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비중이 높은 국가(독일, 멕시코, 네덜란드, 스페인, 터키, 미국)일수록 포퓰리스트 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반면, 물질주의적 가치가 지배적인 호주, 일본, 인도, 한국,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심화하는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스트의 정치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었다.

따지고 보면, 현재 서구 유럽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어젠다 중심에는 이민문제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대거 유입된 이민자 집단의 생소한 언어와 문화는 그 땅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들에게 낯섦을 넘어 두려움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적 규범과 가치,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까지 위협받는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두려움은 곧 분노와 증오로 번졌고, 극우와 극좌 포퓰리스트 모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3. 탈물질주의적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정치 이슈는 오랜 시간 동안 북한을 중심으로 한 안보문제였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경제 및 사회 불평등에 관한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흙수저’ ‘헬조선’과 같은 사회비판적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근대적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이 등장했다. 한국의 그 어떤 선거에서도 쟁점화되지 않았던 이 문제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컸다. 이제는 대통령이 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답변에 성소수자 단체는 거센 항의를 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의 입장에서는 약간은 미진했던 원래의 공약에서 ‘동성혼 합법화 추진’으로 태도를 전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논쟁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직 한국에서 성소수자 및 동성혼의 문제는 본격적인 정치 이슈로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70%가 넘는 한국인은 동성혼에 대해 여전히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발성 화제처럼 나타났지만 한국 사회에 북한과 안보, 경제 불평등 외의 또 다른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사회 이슈는 더욱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이는 사회 집단 특히 세대를 중심으로 서로를 구분 짓고 갈등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젊은 세대와 노년층의 탈물질주의적 이슈와 가치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성혼의 경우 57.3%의 20대는 찬성 의견을 보이는 반면, 95.0%에 달하는 60대 이상 집단은 반대 입장이다. 낙태에 대한 의견 역시 20대의 45.0%는 산모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낙태권을 옹호하는 반면, 60대 이상의 노년층은 21.0%만이 이러한 의견에 찬성했다.(아산정책연구원 2016년 연례조사)

한국 사회에 탈근대적 가치의 본격적인 도입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나 문화의 유입을 막을 수 없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고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정치적 권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수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르펜 후보를 지지했던 프랑스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분노와 좌절감을 이해하며 이들과 함께 새로운 프랑스를 그려 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언급했다. 포퓰리즘의 돌풍이 불었던 유럽에 나타난 프랑스의 39세 신임 대통령의 연설은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문화일보 4월 26일자 24면 ②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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