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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7일(水)
조상호 회장은… 홍준표 있던 고시반 반장도 했지만 ‘출판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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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호 회장이 백제금동대향로 실물대 복제품을 가리키며 “관람객들이 이 국보의 기운을 꼭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조지훈 평생 私淑

조상호 회장은 1950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광주고에 다닐 때 강연하러 온 시인 조지훈 선생을 본 후 평생 사숙(私淑)했다. 그는 뒤에 아들 이름을 지훈으로 지을 정도로 선생의 기개와 학식을 흠모했다. 2001년부터는 지훈상(문학, 국악부문)을 제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1970년 조지훈 선생이 재직했던 고려대에 입학했으나 선생은 이미 타계한 뒤라서 직접 배우지는 못했다. 법대 학생으로 법조인이 아닌 기자를 꿈꾸며 고대 지하신문인 ‘한맥’에 기사를 썼다. 경기 광주대단지의 참상을 다룬 르포 기사를 북한 노동신문에서 과장 인용한 것이 문제가 돼 경찰 수배를 받았다. 강원 원주에서 두 달간 넝마주이로 살며 도망 다니다가 붙잡혀 군에 강제징집됐다.

제대 후 우여곡절 끝에 복학한 그는 고시반 반장을 했다. 그때 고시반 학생 중의 한 사람이 나중에 ‘준표’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는 홍판표 학생이었다. “판표가 결석을 한 다음날 집안일이 있었다며 봐 달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그때 나는 여전히 정보과 형사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는데, 고시에는 꿈이 없으니 다양한 책을 참 많이 읽었어요.”

그가 나중에 출판을 하며 언론학 박사가 되는 기초가 이때 다져진 셈이다. 이 시절에 그는 이화여대 약대 출신의 4세 연하 황옥순 씨를 만나 열애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가 형사 감시를 받는 나를 독립군처럼 대해주는 데 반해 결혼을 결심했어요. 결혼을 하기 위해 취직을 하고 싶은데 신원조회에 통과할 리가 만무하죠.”

그때 대학 선배가 신원 보증을 서줘 수출입은행 공채 1기로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1977년이었다. 두 해 후에 10·26사태가 터지자, 그는 은행을 사직하고 출판사 사무실을 차린다. 출판을 통해 한국 사회 지성의 밑바닥을 굳건히 하고 민주주의의 전망을 보듬고 싶어서였다. 권력의 부당함에 맞선 지식인의 표상인 조지훈 시인과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책을 펴낸 것을 그가 유독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다. 이후 40년 가까이 출판을 하는 동안 시대 상황은 변화했으나 나남의 초심은 유지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출판사 이름 나남은 그의 향리인 전라남도(全羅南道)에서 ‘羅南’을 빌린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와 남이 함께 걷는다는 취지의 순우리말로 이해되고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주는 게 고맙지요. 제가 요즘 공부하는 주역에 ‘적선지가필유경(積善之家必有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을 쌓는 집에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걸 잊지 않고 새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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