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型 학문 전파 뿌듯… 학생들 해외취업 도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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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에 ‘무역이론’ 강의 개설… ‘토종학자’ 이은섭 부산대 교수

“무역학에 대해 한국형 연구방법론과 교육과정을 외국에 전파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무역학을 전공한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 취업하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국내 ‘토종’ 무역학자가 해외 4개국에 자신의 무역이론을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을 개설했거나 개설할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은섭(65·사진) 부산대 무역국제학부 교수는 지난 2012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을 받아 모로코의 왕립대학 등 3개 대학에 무역학 석사과정을 개설해 지난해 말까지 졸업생 130여 명을 배출했다. 또 2014년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학 1곳씩에 자신의 무역이론을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을 열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과정 개설에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 국립대 ‘UGM’ 등과 인도네시아 발리, 족자 지역에 무역학을 가르치는 별도의 캠퍼스를 조성하는 협약을 체결해 7∼8개 대학 이상에서 제 무역이론을 가르치게 됐다”며 “부산대에서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 각국의 강의 요청으로 더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부에 이어 석·박사 학위 과정을 모두 부산대에서 밟았다. 지난 1979년 석사과정에서부터 무역학을 연구해 40년 가까이 이 분야만 천착해온 셈이다. 이 교수의 해외 교육시장 진출은 2002년부터 미국 학술지에 무역학 논문을 꾸준히 싣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의 논문 ‘해상운송인과 해상보험’은 2004년과 2012년 미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재에 수록됐다. 1935년 이후 영미권에서 발표된 수많은 해운통상법 관련 논문 가운데 엄선된 16편 중 하나다. 이 교수는 또 2012∼2013년 세계 처음으로 영문 무역학 교재인 ‘국제무역관리론(Management of International Trade)’과 ‘국제통상법(World Trade Regulation)’을 집필했다.

이 교수는 “무역학은 영국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발전했지만 법학(로스쿨), 경제학, 경영학, 정치경제학 등에서 분산돼 종합적인 연구가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석·박사 과정이 개설된 국가의 공무원과 기업인들도 다수 수강하면서 대형 국책사업의 외자 유치 과정 등에 필요한 컨설팅 역할을 병행한다. 모로코의 수리조선소 건설 프로젝트, 인도네시아의 팜오일(야자유) 생산 프로젝트를 위한 실무적인 접근법과 문제 해결 방안 등이 이 교수의 수업시간에 토론형식으로 논의됐다. 이 교수는 “해외 국책사업에 우리나라 강소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