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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7일(水)
이란 大選의 한반도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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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오는 19일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 원유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만 보더라도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으로 몰려간 많은 한국 기업의 운명도 달려 있다. 또, 이번 이란 대선 결과로 이란 핵 합의가 깨지거나 흔들릴 경우 중동 평화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은 물론, 차후 북핵(北核) 해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이란 핵·미사일 커넥션’에 대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대선 판도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전 검찰총장 간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로하니와 라이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 간의 1강 2중이었던 구도는 15일 갈리바프 시장이 라이시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함으로써 바뀌었다. 갈리바프의 사퇴는 로하니 당선을 저지하려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입김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온건파와 강경파 간 맞대결로 전환됐는데, 19일 선거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6일 1·2 위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현재 남은 대선 후보는 모두 5명인데, 나머지 3명의 지지는 미약하다.

이란 정치세력을 흔히 보수파·중도파·개혁파로 분류하는데, 강경보수·중도보수·온건보수로 명명하는 것이 더 엄밀하다. 1979년 이란 헌법의 토대인 ‘벨라야트 파키흐(Velayat-e Faqih)’란 이슬람 정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란 정치 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기 힘들다. 벨라야트 파키흐는 서방에서 흔히 ‘이슬람 법학자의 후견제’(Guardianship of the Islamic Jurist)로 번역되는데, 벨라야트는 통치(rule)·우위(supremacy)·주권(sovereignty)을 포괄한 개념이다. 즉, 헌법 위에 이슬람 율법이 있으며, 최고 주권은 이슬람 율법 해석권을 가진 ‘최고 지도자’에게 있다.

이란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최고 지도자를 국가수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는 군·혁명수비대·경찰·정보기관·국영 언론기관의 책임자와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명 중 6명을 임명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위헌법률심사권을 지니고 있으며, 대통령과 의회의 후보 승인권을 지니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1600여 명이 후보 등록했으나, 8명만 승인받을 수 있었다. 2명은 조기 사퇴했다.

이처럼 이란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최고 지도자의 이슬람법 통치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의회를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발전된 형태로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강경파와 온건파가 국민의 지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란에서 보수파란 반(反)서구·반(反)시장이란 점에서 미국이나 한국의 보수와는 정반대다.

이번 이란 대선의 쟁점은 핵 합의와 경제 문제다. 얼핏 별개로 보이는 이 두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온건파 로하니는 서방과의 핵 합의를 통해 경제 제재를 풀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지난 2013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실제로 로하니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국 +독일과의 협상을 통해 2015년 5월 핵 동결을 골자로 한 이란 핵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 협상 과정에서 ‘영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의 핵 동결은 ‘전략적 동결’이라기보다는 경제 제재에 따른 ‘전술적 후퇴’였다. 강경파도 경제 회복을 염원하는 이란 국민 여론을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제재 완화와 함께 서구 정보 유입 속도가 가속화되자, 강경파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칫 체제 자체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대두한 것이다. 마침 경제 회복 속도는 이란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 생산과 수출량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6.6%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대다수 이란인은 아직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더라도 실업률은 12.4%이고, 청년 실업률은 25.9%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 확대를 통한 민생경제 보호를 외치는 강경파들의 주장이 농촌과 도시 빈곤층에서 먹히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설령 강경파가 승리하더라도 대다수 이란 국민은 경제 제재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길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단결되고 강력한 경제 제재와, 이란 내부로의 지속적인 정보 유입 노력이 이란 사회 저변의 흐름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런 근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핵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은 북핵 해결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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