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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7일(水)
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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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3D 프린터 부품을 파는 삼디몰은 20대 청년이 3년 전 창업했다. 고객이 부품을 골라 구매한 뒤 자기만의 프린터를 조립해 쓰도록 한 아이디어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고발돼 300만 원 벌금을 맞았다. 완제품 인증 없는 불법 제품을 팔았다는 이유다. 삼디몰이 파는 부품은 모두 안전 인증을 거친 것이다. 선택한 부품들이 다른 만큼 조립한 완제품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전에 일일이 인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신산업이 과거의 룰에 포획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삼성전자 갤럭시S8에 들어간 헬스케어 앱은 국내에선 불통이다. 원격진료를 법으로 금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축적한 자율주행차 데이터는 기업·대학 연구소에 갇혀 있다. 활용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판 우버·에어비앤비 계획은 여전히 불법 족쇄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핀테크 스타트업은 신용카드를 휴대전화에 대면 본인인증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2년 넘게 감독 당국과 씨름하다 끝내 일본으로 떠났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일자리 창출이고, 주력 성장엔진은 4차 산업혁명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양대 의제의 연결고리가 규제 정책이다. 신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를 놓고 각국이 치열하게 선점 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융복합이다. 기존 업종들이 뒤섞이고, 가상과 현실이 혼재한다. 새로운 기회를 앞서 담을 창의적인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기엔 규제 정책도 경쟁국을 따돌릴 유효한 수단이다.

일본만 해도 산업협력법(일명 ‘원샷법’)을 통한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났다. 이어 신기술 투자 기업에 규제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 도쿄 등 17개 지자체에 규제자유지대를 만든 전략특구 사업도 추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혁신적인 규제정책 리스트에 며칠 전 ‘규제 샌드박스(sandbox)’가 새로 추가됐다. 이전에 없던 기술·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위해 모든 규제를 일시 정지하는 파격 방식이다. 샌드박스는 모래를 깐 놀이터다. 신산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마음껏 뛰어놀아보라는 취지다. 반면 문 정부는 전략특구를 본뜬 규제프리존법마저 반대한다. 국회에선 반(反)기업 규제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규제 모래밭과 규제 지뢰밭의 대비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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