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86그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진영논리”

전문가들 ‘文정부 성공’ 조언

“나는 善·너는 惡 생각 고수땐
여소야대 상황서 협치 불가능
계몽주의 버리고 정책 힘써야”

문재인 정부에서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 당·청 핵심 포스트를 맡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전문가들은 과거 86그룹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진영 논리에 빠지지 말고 협치에 앞장서며 정책 중심의 정치를 펼쳐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17일 통화에서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86그룹은 이른바 ‘탄돌이’로 국회에 들어와 대통령 호위병 역할을 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때 일을 반면교사 삼아 진영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며 86그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진영논리’를 꼽았다. 김 교수는 “난 선이고 넌 악이라는 사고를 계속 갖고 있으면 협치가 있을 수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 통합이 특히 중요한 때인 만큼 진영 논리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책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콘텐츠 없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말을 통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문제가 있다. 즉 투쟁만 있지 정책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라며 “정책 콘텐츠를 많이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노무현 정부) 당시 가장 크게 문제 됐던 것이 주사파 논란이다. 지나치게 종북적 입장을 견지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선(先) 북한 태도 변화, 후(後) 대화 원칙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협치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86그룹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만 내세우거나 자신들의 주장만 너무 세게 관철하려 하지 말고 정책을 야당과 협의해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되 야당과 협의해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본인들이 원하는 개혁 정치를 얻을 수 있고 당내에서도 인정받으며 확장성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86그룹이 권력의 핵심 실세가 됐지만 항상 스스로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또 “꼭 부탁하고 싶은 건 계몽주의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라며 “국민과 여론은 설득하고 이끄는 대상이 아니라 추종하고 모셔야 할 대상인 만큼 시대가 바뀌었으니 국민을 일깨워야 하는 대상이 아닌, 모시고 섬기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세희·송유근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