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개혁, 시스템이 문제다>靑입김 차단·檢총장 임기제 지켜야 ‘완전 독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U-20 월드컵 안전 ‘이상무’ 오는 20일부터 개최되는 ‘2017 FIFA U-20 월드컵’을 나흘 앞둔 16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대테러 종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③ 검찰의 정치적 독립

중립적 기구가 총장 추천하고
임명 전 국회 동의 받게 해야
정권이익 위한 ‘下命수사’ 등
靑, 권력 유지 수단 활용 금지

임기도 2년서 4~6년 연장해
잦은 교체 따른 ‘줄 대기’ 차단
법조계 “제도개선 병행안되면
제2의 우병우 라인 재현 우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 권한 분산’에 더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검찰이 애초 청와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도록 현재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중립적인 기구가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및 연장에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큰 틀의 ‘제도 개선’ 없이 두루뭉술한 의지와 약속만으로 검찰 개혁에 나설 경우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17일 “검찰 권한 분산과 함께 진정한 검찰 독립이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권 중·후반쯤에는 ‘우병우 라인’ 시즌2·시즌3과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검찰 독립’ 의지 보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 의지와 더불어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으로 권력 개입 차단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검찰 독립이 매우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무엇보다 검찰을 정권 바로 옆에 두고 수족처럼 부리려는 유혹이 처음 맞닥뜨릴 고비로 평가된다. 역대 정권에서는 ‘민정수석→법무부 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핫라인’을 통해 정권 이익에 반하는 세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은밀히 지시해 왔다. 이른바 수사지휘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하명 수사’다. 아울러 대통령의 측근 인사나 여당으로 향하는 검찰의 칼날을 청와대의 말 한마디로 무마시킬 수 있다. 과거 정권은 이 핫라인 유지의 불법성을 인지하면서도, 정권의 이익을 위해 검찰을 떠나 보내지 못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 정권이 청와대로 향하는 검찰의 매서운 칼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총장 뽑겠다는 생각 버려야” = 당장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을 뽑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법무부 소속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 ‘3명 이상’을 추천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 중 1명을 제청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언뜻 보면 민주적이고 중립적으로 검찰총장이 선출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9명의 추천위 위원 중 당연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5명 외에 4명은 법무부 장관의 의지대로 임명된다.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장 후보자가 의결되는데, 법무부 장관에 의해 임명된 4명에 더해 1명만 더 확보하면 정권의 뜻대로 후보자를 임명할 여지가 상당한 것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시민단체·학계 추천 몫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추천위가 총장 후보자 3명 이상을 추천하고 이 중 1명을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는 제도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너무 많은 후보자가 추천돼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 3명이나 되는 추천 인사 중 입맛에 맞는 1명을 고르는 데 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천위가 2명을 1·2순위로 추천, 위원회의 뜻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기 전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칠 게 아니라,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의 경우처럼 본회의에서 인준 표결을 통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헌법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총장 임기 보장 및 연장도 대안 =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나아가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6년 정도로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대통령 5년 임기 중 검찰총장이 2~3차례 바뀌게 돼 입맛에 맞는 인물을 검찰총장에 앉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잦은 검찰총장 교체에 따라 ‘검찰 조직’이 아닌 ‘특정 인사’에 줄을 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검찰 조직이 정권에 흔들릴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부작용 등을 우려해 선진국들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길게 보장해주고, 그 임기를 꼭 지켜준다.

손기은·이후연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