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모바일앱’ 절반이 사라졌다

실용성 없어 다운로드 저조
총 1768개중 800여개 폐지
예산만 낭비 ‘전시행정’ 눈총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스마트 정부’를 표방하며 각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지만, 운영·관리 부실 논란 속에 17일 현재 지난해 3월 이후로만 전체 공공개발된 앱의 절반가량인 800여 개의 앱이 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앱 중에도 이용자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앱이 적지 않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들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용 의무화 방침을 세워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한 건설교육기관에 위탁해 실시한 건설안전 관련 교육장. 교육 시간이 끝난 뒤에도 수강생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출석 인증을 받기 위해 스마트폰에 ‘훈련생 모바일 출결관리 앱’을 설치하면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육을 이수한 김모(58) 씨는 이날 “지난해 같은 교육을 받았을 때는 간편하게 출석을 확인했는데, 올해부터 무슨 앱을 설치하고 QR코드까지 찍으라고 하더라”며 “1년에 한두 번 받는 교육 때문에 스마트폰 저장 공간과 메모리를 낭비해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교육을 주관하는 고용부는 부정 출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해당 앱 이용 의무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행정·공공기관 공공 앱 운영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공공 앱 정비방안이 마련된 뒤 지난해 3월 1768개 중 642개가 1차로 폐지됐다. 이어 올해 3월 성과지표 현황 조사를 거쳐 유지·관리가 미흡한 174개가 추가로 폐지됐다. 총 816개로 46.2%에 달한다. 폐지된 앱 중 200여 개는 다운로드가 1000건 미만이었다. 또 공공 앱을 다운로드한 뒤 지우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이용지속률’은 약 20%에 그쳤다.

공공 앱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은 기능이 중복되거나, 꾸준한 업데이트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 한 이용자는 “이미 똑같은 기능을 갖춘 민간 앱이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졸속으로 유사품을 개발해 사용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앱 관리자는 “초기 개발 비용만 2000여 만 원을 투입하지만, 막상 앱이 만들어진 뒤에는 관리예산을 꾸준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