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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8일(木)
“경직된 기성종교 거부… 나홀로 수행 ‘無종교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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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무신론자와 회의주의자 등 무종교인들은 다양한 단체를 구성해 정치·사회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수도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무신론자들의 집회 ‘이성 랠리(Reason Rally)’의 한 장면. 자료사진

우혜란 박사 ‘무종교시대는 오고 있는가?’ 주제 발표

근래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는 무신론자 동아리인 ‘Freethinkers(자유사상가)’가 조직돼 무종교인(religious nones)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나온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는 한국 사회의 종교가 없는 인구가 처음 절반을 넘어 56.1%를 나타냈다. 한국 사회도 무종교 사회의 징후를 보일까. 종교학자 우혜란(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박사는 18일 계간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주최하는 열린논단에서 ‘무종교시대는 오고 있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사회는 제도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종교성과 영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며 “아직 무종교시대라기보다는 종교의 사회적 형태와 개인의 종교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되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  서울대 등 한국의 일부 대학에는 무신론자 동아리인 ‘Freethinkers(자유사상가)’가 조직돼 꾸준히 세미나와 연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대학가에 붙은 이 동아리의 홍보 포스터. 자료사진
우 박사는 먼저 기독교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근래 무종교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데 주목했다. 미국 퓨 조사센터의 ‘종교지형도 조사(2014)’에서 무종교인은 22.8%로 복음교회(25.4%)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종교집단’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수도 워싱턴에서 ‘이성 랠리(Reason Rally)’라는 이름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종교인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국제종교자유 법안’ 개정안에 ‘무신론적 믿음’을 ‘종교의 자유’ 규정에 포함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국의 경우,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Freethinkers’의 활동이 관심을 모은다. 이 무신론자 동아리는 2011년 카이스트에서 처음 결성된 후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여러 학교의 연합 동아리로 확대됐다. 서울대 ‘Freethinkers’는 캠퍼스나 길거리에서의 강압적인 전도에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전도 퇴치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우 박사는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성, 과학,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면서 기성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박사는 “무종교인들이 자동적으로 비(非)·반(反)종교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종교지형도 조사’를 보면 무종교인의 61%가 ‘하느님이나 보편적 원리(Universal Spirit)를 믿는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경우도 종교가 없는 인구가 10년 사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들의 상당 부분은 ‘종교적’이다. 2014년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서 ‘비종교인’의 30%가 개인생활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로 약 20%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꼽았고, 약 40%는 ‘종교보다 개인적인 성찰과 수련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제도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뚜렷한 동시에 보다 주체적이고 개인적인 종교생활을 선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 박사는 “한국의 ‘무종교인들’은 다른 사회에서와 같이 다양한 종교적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며 “종교조직 가입 여부나 의례의 빈도수와 같은 단순 지표로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비·반종교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복합적인 종교성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종교가 사라지는 소위 ‘무종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의 사회적 형태와 개인의 종교성·영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불교인구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 관련해 우 박사는 “무종교인은 매우 중요한 ‘종교적 자원’으로, 불교 인구로 흡수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이들의 상당수는 권위적인 성직자 혹은 경직된 종교조직 때문에 종교를 이탈했거나 처음부터 종교조직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들로서,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경직된 수행공동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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