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왼발에서… 또하나의 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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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신데렐라’ 이진현, U-20월드컵서 ‘중원 전문 키커’ 중책

중원을 지배하는 쪽이 승리한다. 현대축구에서 중원은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격전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중원’ 전투가 승부의 키를 쥘 것으로 내다보인다. 대표팀이 4강 진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론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특히 조별리그(A조)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미드필드를 중시하는 스타일. 중원에서 밀릴 경우 2승 1무로 16강에 진출한다는 1차 목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팔색조’에 비유되듯,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드필드 역시 마찬가지. 특히 조별리그 상대에 따라 다른 인적 구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전술전략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풍부한 미드필더 자원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대표팀엔 이진현(성균관대·사진), 임민혁(FC 서울), 한찬희(전남 드래곤즈), 이상헌(울산 현대)이 주축 미드필더다.

여기에 공수 모두 뛰어난 이승모(포항 스틸러스), 공격 가담이 뛰어난 강지훈(용인대), 중앙 수비수를 겸하는 김승우(연세대)까지 재주를 갖춘 미드필더가 여럿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이진현이다. 이진현은 ‘왼발의 달인’. 전문 키커이기에 대표팀이 공을 들여 갈고닦은 20여 가지 세트피스 전략의 핵심이다. 이진현의 한 박자 빠르고 정확한 패스는 백승호(FC 바르셀로나 B)와 이승우(FC 바르셀로나 후베닐 A), 그리고 조영욱(고려대) 등 전방 공격수에겐 ‘생명수’다.

이진현은 2015년 11월 베트남 친선대회를 끝으로 1년 3개월 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3월 25일 열린 4개국 초청대회 온두라스전에서 예리한 왼발을 가동, 단숨에 주전을 꿰차며 신태용호의 ‘신데렐라’가 됐다.

이진현은 당시 대표팀이 세트피스로 챙긴 3골 중 2골을 도우며 3-2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진현은 63㎏, 173㎝의 작은 체구지만 스피드가 탁월하고 드리블이 정교해 돌파에 능하다. 거친 몸싸움을 즐기는 투지도 돋보인다. 포항제철동초,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 등 K리그 포항 스틸러스 유소년팀을 거치며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기본기를 다졌다. 2016년 포항의 우선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할 기회를 얻었으나, 좀 더 수련하겠다면서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이진현은 “세트피스 킥을 담당하게 됐는데, 자신 있다”며 “세트피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귀띔했다. 이진현은 “(세트피스 득점을 위해) 키가 큰 동료들의 위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공격포인트 4개를 챙기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진현과 호흡을 맞출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승모, 김승우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겸업하는 재주꾼 김승우는 수비에 포인트를 맞추는 카드. 이승모는 공·수 연결력이 돋보여 이진현을 적극적으로 보좌할 수 있다.

대표팀의 강점은 주전과 후보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 신태용 감독은 다채로운 전술전략을 주무기로 삼고, 또 16강전 이후까지 내다보기에 평가전에서도 여러 선수를 골고루 기용했다. 주전과 후보의 구분이 없기에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 전력은 더욱 두터워졌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