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개혁, 시스템이 문제다>기소법정주의 도입 …‘제 식구 감싸기’ 원천 차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④ 무소불위 검찰권력 남용

검사 재량 기소편의주의 제동
접수 사건 무조건 재판 넘겨야
불기소 처분 적합성 따져보는
재정신청 全고소·고발로 확대

유명무실 검찰시민委도 법제화
특수활동비도 외부서 감사해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검찰 수뇌부의 ‘짬짜미 의혹’이 잇따라 터져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강화되는 가운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도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 조직 자체가 ‘중앙집권화’돼 있는 만큼 내부 견제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고, 이 때문에 외부 견제 기능을 강화해 검찰권 남용을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내부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검찰 ‘독점적’ 수사권, 견제 시스템 강화 =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에 대한 외부적 견제 기능 강화’가 조만간 추진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가장 먼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제동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형사소송법 247조에 따르면 검찰은 자신의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기소편의주의라고 부른다. 문제는 기소편의주의가 검찰의 ‘봐주기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 등의 형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대 부패범죄 사건 등에 대해서는 기소편의주의에 대치되는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많다. 기소법정주의는 접수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재판에 넘겨야 하는 제도다. 새 정부도 적극 검토 중이다.

재정신청 확대도 검찰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기소권에 대한 견제 장치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처분이 적절한 것인지 가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고소 사건과 공무원 직무에 관한 고발 사건에만 한정적으로 재정신청이 가능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전체 고소·고발 사건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이 한 번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에 공소 유지자로 검찰이 나설 경우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2007년 폐지됐던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제도를 재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명무실한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불기소를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사업 중 하나다.

현재 검찰시민위원회는 법적 기구가 아닌 대검찰청 예규에 따른 임의기구로, 위원회 구성을 검찰이 주도하는 데다가 검사의 요청에 의해서만 심의가 개시된다. 심의 결과는 참고 사항일 뿐이고 검사 측 제공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배심원의 결정에 따르도록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수사 관행, 외부 ‘감사’ 시스템 마련 = 최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만나 ‘국정농단 수사팀’ 부장검사들에게 각 70만∼100만 원 상당의 ‘금일봉’을 준 것을 두고 검찰이 사용하는 법무부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의 올해 특수활동비는 287억 원에 달한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인 만큼,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용돈’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국장처럼 ‘고생한 후배 검사들을 격려하기 위한 금일봉’과 같은 형식으로 특수활동비가 사용될 경우, 특정인에 의해 ‘그들만의’ 예산 집행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감사하기 위한 외부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