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 등장 류상영 “국정농단 기획 없었다”

최순실 재판서 배후 의혹 否認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류상영(39) 전 더블루K 부장이 최순실(61)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정농단 사건 배후 기획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류 전 부장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29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녹음파일 속 목소리가 자신이 맞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자신은 최 씨 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영태 녹음파일은 김수현(37) 전 고원기획 대표가 자동 녹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류 전 부장과 고 씨 사이의 대화를 저장해 둔 것으로, 고 씨 등이 별도의 회사를 세운 뒤 K스포츠재단 자금을 횡령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씨 측은 이를 근거로 국정농단 사건이 고 씨 등의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부장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사건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종적을 감추고 출석하지 않았다가 최근 재판부에 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언론에 이슈화돼 (법원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씨 측은 녹음파일 의혹에 더해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 관련 의혹도 제기했다. 최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이 된 것이 태블릿PC인데 그 현물도 보지 못했다”며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신청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최 씨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와 법원 사이 이동거리가 길어 건강에 무리가 된다”며 재판부에 이감요청도 했다.

한편 이날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16회 공판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와 조모 채권관리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했던 주요 주주로 합병비율(제일모직 1 : 구 삼성물산 0.35)에 반발해 합병 반대 소송을 제기해 법정 분쟁이 진행 중이다. 조 팀장은 “윤 대표가 2015년 3월 남해의 골프장에서 삼성물산의 김신 사장, 이용호 부사장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최 씨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움직여 합병이 성사되는 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선(38) 청와대 경호관의 비선 진료 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 전 대통령은 본인 재판 준비와 건강상 문제로 불출석 의사를 재판부에 전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