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고용 신분제’가 부활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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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신분 사회 / 모리오카 고지 지음, 김경원 옮김 / 갈라파고스

이게 어디 일본만의 일일까. 정규직과 파견직 혹은 계약직은 고용의 형태가 아닌 신분의 차이가 된 지 오래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취업의 형태에 따라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나 찾아볼 수 있는 ‘고용신분제’에 가까운 노동의 형태다. 모두 다 평등한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었던 현대에 이런 퇴행적인 신분제가 부활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왜 일본사회에서 노동자계층이 이처럼 세분화됐으며, 고착되고 있는 신분제의 격차는 어디까지 벌어졌는지, 그리고 그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등에 답한다. 답은 풍부한 사례와 데이터, 통계자료로 뒷받침된다.

사실 고용신분제를 초래한 원인과 현상 진단은 기시감이 든다. 책에서 주목되는 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인데 정작 그 부분이 좀 소홀하다. 저자는 고용신분제 타파를 위해 ‘제대로 된 노동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견노동의 재고, 비정규직 노동비율의 저하, 규제 완화 폐지, 최저임금 현실화, 성별 임금 격차 해소, 8시간 노동 확립 등을 이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인데 책에 그 부분이 빠져 있는 게 좀 아쉽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