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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9일(金)
“韓, 美·中에 막연히 도와달라 말고 ‘분명한 요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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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스트 텔치크 박사는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독일 통일과정에서 미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듯이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는 다른 어떤 나라들과의 관계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統獨 설계’ 호르스트 텔치크 前 독일 국가안보보좌관

“김정은 예측불허인데 美·中끼리 논의… 이건 심각한 상황”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독일의 외교안보 원로인 호르스트 텔치크(77) 박사는 독일 통일의 설계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1982~1990)으로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동독과 협상을 하며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와의 통일 외교를 총괄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애정이 깊고 인연도 많은 인물이다. 1990년대 한국이 중국 및 소련과 수교를 할 때 측면 지원을 했고 최근까지도 독일 등 유럽에서 북·미 간 ‘트랙2’(민간 채널) 접촉이 이뤄질 때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요즘 ‘독일 통일 설계자’로서의 경험을 한국에 전하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통일부가 매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열고 있는 한·독통일자문위원회의 고정 멤버로 참석하며 독일 통일 전후의 경험을 전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4~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와는 지난 2007년 제주평화포럼 때 첫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독일의 외교안보연례회의인 뮌헨안보회의 총재로 활동 중이었다. 10년이 지나 이제 70대 후반이 됐는데도 그는 여전한 현역이었고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메시지의 울림도 컸다.

―제주평화포럼 이후 10년 만에 다시 뵙게 돼 반갑다.

“7년 전부터 통일부가 주최하는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내가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됐다. 당시 콜 총리가 내게 한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데 도와주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내가 중국 측에 얘기해 한·중 수교에 앞서 외교적 논의를 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한·소 관계 정상화 과정에도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제주포럼에서 첫 인터뷰를 했을 때 한국은 한·미 관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그해 제주포럼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에 대해 논의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은 옳은 것이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포용정책이 지속될 때였다고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미 동맹은 한국에 가장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정권교체 국면에 다시 고견을 듣게 돼 기쁘다.

“다른 정부에 조언을 하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여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지 않고 여기의 맥락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 그가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지 않고 중국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얘기하듯이 김정은은 외로운 늑대처럼 고립된 리더다. 그러니 그가 뭘 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북한을 상대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김정은에 대해 오판할 수 있고 그런 잘못된 판단이 한국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두 사람이 진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한국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이슈가 어떻게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상당히 심각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얼마나 강력한지, 얼마나 확고하게 한국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핵무기 등을 개발하며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통일 전 동독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어려웠을 텐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갔는가.

“한국은 한국의 국익에 핵심이 되는 것이 뭔지 판단해 주변국들에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측에 ‘우리는 이것을 원한다’고 분명히 요구해야지, 막연하게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된다. 명확하게 정리해서 요구하라. 독일은 통일과정에서 주변국들과 외교를 할 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협력을 요구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때론 쉬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일관했다. 단 아무것도 뒤에 숨기지 않았다. 주변국들과 늘 접촉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투명하게 밝히면서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과 북한의 ‘트랙2’ 접촉을 지원해준 것으로 아는데.

“미국은 전직 인사였고 북한은 현직 인사였다. 북·미 양측 인사들은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였는데 양측이 독일에서 만나곤 했다.”

―지금도 그런 북·미 접촉이 지속되는가.

“양측에서 내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오면 해주고 있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아주 어렵다. 지혜를 빌린다면.

“한국의 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고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회동을 하는 데 앞서 한국이 견지해야 할 핵심적 이익, 핵심적 전략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관련국에 그것을 설명하고 요구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핵심 관심사는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강력한 한국이 탄생할 것이고,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서독 정부는 소련과 협상하는 데 있어 동·서독이 통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련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는 데 집중했다. 독일이 통일돼도 소련에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했다. 한국도 중국 측이 통일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그런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줘야 통일문제를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한·중 수교 후 최대 위기 국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역사를 보면, 대립이 팽팽할 때 안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역사를 보면, 위기가 있을 때 뭔가 기회가 생기곤 했다. 그래서 나는 위기를 좋아한다. (웃음) 위기 때마다 그런 위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측 불가인 상황에서 우리는 위기 타개를 위해 뭔가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 주석도 북한 상황이 답답해 한국이나 미국과 문제를 풀려고 나설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시 주석이 중국의 미하일 고르바초프(전 소련 대통령)가 될 수 있을까.

“글쎄, 그것은 잘 알 수 없지만 그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왔을 때 아주 중요한 연설을 했다. 자유무역에 대해 강조했다. 그래서 내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시 주석을 지지하라고 했다. 그가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한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시 주석의 그런 연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가 옳다고 했고, 일각에서는 그저 화려한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를 지지한다고 해서 어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니 시 주석을 지지하고 그의 발언을 이용하자고 내가 주장했다.”

―시 주석은 밖에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처럼 행세하면서도 중국 내부에서는 지독하게 폐쇄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고 경제 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동·서독 통일 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그의 뒤를 이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소련과 핵무기 감축 협정을 했다. 그때 나는 독일이 어떤 기회든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해 국면을 독일 통일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노력했다. 시 주석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만큼 그런 것을 이용해야 한다. 시 주석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우무역주의를 역설했는데 중국은 왜 한국의 기업 롯데를 부당하게 제재하고 압박하느냐고 아주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할 말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당신의 생각을 지지한다. 발언한 것을 지켜라’고 말하자는 것이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곧바로 시 주석과 회담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만나서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며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오늘(5월 3일) 아침 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북녘을 바라본 소회를 듣고 싶다.

“북측 풍경이 아주 평화로워 보였다.”(웃음)

▲  호르스트 텔치크 박사가 지난 3일 잠시 짬을 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텔치크 박사는 한국의 전통가옥과 고가구들이 중국 것에 비해 장식이 덜하고 소박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평화로운 북한이라니, 한반도는 북한 핵실험 가능성으로 위기가 높은 상황인데.

“햇살이 좋고 날이 맑아 북녘 풍경이 훤히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북한 땅을 바라보니 독일의 통일 전 상황이 기억났다. 당시 나는 소련의 협상 상대역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육을 이렇게 잘 받고, 아주 능력 있는 이들이 오로지 분단 때문에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 다음 세대에 그런 고통을 전수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중국이나 미국에도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일 얘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핵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기회를 갖고 잘살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되면 핵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남한과 일본도 핵무기를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에 참여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시 주석의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한국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게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올 들어 유럽의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9월 독일에서는 총선이 실시되는데 정국을 어떻게 보는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올해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본다.”

―유럽 안팎에서는 독일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일이 지나치게 유럽연합(EU)에서 독주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EU에서 독일은 제일 크고 경제력도 제일 강력하고 인구도 제일 많다. 독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독일의 존재는 인정해야 한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콜 총리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홀로 유럽을 압도적으로 이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인기가 없어서 재선조차 포기했다. 이런 현상은 아주 좋지 않은 것이다. EU의 양대 엔진은 독일과 프랑스다. 그런데 두 나라가 엔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한 것도 큰 문제다. 영국은 시장경제의 엔진이었는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상황이 현실화되니 정말 위험하고 혼란스럽다. 이탈리아도 정부가 약하고 스페인도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면 폴란드의 경우 정부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EU의 포퓰리즘 정당과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헝가리와 폴란드의 권위주의 경향 등이 모두 EU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마린) 르펜(FN 대표)은 대통령이 되면 EU를 떠나겠다고 했다가 선거 말기에 입장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펜은 EU의 재난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통합 엔진으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본다. 메르켈은 승리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마크롱 대통령은 5월 7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확신하나.

“아주 확실하게 그렇게 본다. 사람들은 수많은 도전과 갈등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우크라이나도 문제이고 시리아 내전도 문제다. 이런 테러리즘의 시대, 재난에 가까운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시대를 관리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은 메르켈 총리다. 우리는 이 불확실한 상황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인물에게 표를 던지게 할 것으로 본다.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는 유럽통합의 강력한 투사이고 나는 그를 잘 알고 좋아한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지만 그를 좋아한다. 그가 유럽통합의 전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독일 유권자들은 그가 총리가 됐을 때 뭘 할지에 대해 잘 모른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총리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 아주 힘든 상황에서 독일 유권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경험자를 뽑을 것이다. 독일 정부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거대 연정인데, 메르켈 총리가 단독으로 과반이 되면 좀 더 분명하게 자신의 정책을 펴며 의회에서 투쟁을 이끌 것이다. 현재는 진정하게 싸우는 데 있어 충분한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민당 파워가 단독정부를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이제 끝날 것으로 보는가.

“기민당이 좀 더 선전하면 사민당과 연정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사민당도 마찬가지다. 다른 좌파 정당과 연정을 할 수준이라면 기민당과 함께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군소정당이 얼마나 표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기민당이 선전하면 자유민주주의 파워가 강화될 수 있다. 녹색당이 선전하면 녹색당 주도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녹색당이 던진 어젠다는 이미 모든 정당의 어젠다가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에는 신선했지만 세월이 가면서 더 이상의 새로움이 없어졌다. 그래서 녹색당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힘들어졌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 녹색당의 딜레마다. 그래서 녹색당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메르켈 총리가 녹색당과 연정을 하게 된다면 사민당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민당이 의회에 다시 진입할 수도 있다. 자민당은 득표율이 5% 이하여서 의회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컴백할 수도 있다. 그러면 메르켈 총리는 2개의 카드를 쥐게 된다. 사민당과 대연정을 지속할 수도, 군소정당과의 연정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유권자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좀 더 선명한 정책을 펴기를 원한다. 그런데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12년간 지속되면서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연정은 민주주의의 ‘베스트 솔루션’은 아니다. 사람들은 보수든 진보든 좀 더 선명한 정치투쟁이 진행되길 원하는데 독일에서는 지난 12년간 좌우 연정이 지속되면서 통합적인 정책이 실시됐다.”

―메르켈 총리와 긴밀한 관계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다. 어떻게 보는가.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드레스덴에서 연설할 때 나도 현장에 있었다. 그 연설은 참으로 훌륭했는데,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채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게 돼 유감이다. 정치인들의 부패는 정치인생을 끝내게 하는 독약이다.”

―메르켈 총리의 장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메르켈 총리는 자연과학 전공자다. 과학자들은 분명한 비전과 규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메르켈 총리가 딱 그런 스타일이다. 그녀는 국민에게 무엇이 목표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힌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메르켈 총리는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을 결정할 때도 하룻밤 만에 결정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풀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어떻게 사회적 동의를 구하고 협상할지에 대한 모색을 별로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강력하고 분명한 비전을 갖고 끌고 가려 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현재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 외에 대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EU가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EU 멤버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현재 독일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4%인데 점증적으로 올려 2%까지 간다는 목표다. 내 생각에 우리는 EU 공동의 외교정책과 방위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가져야 할 것인가 결정하고 재원조달을 회원국들과 협의해 만들어 가야 한다. 회원국들이 모든 병기를 똑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원국들이 같은 무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공동의 합의에 따라 독일은 탱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전투기, 다른 국가들은 다른 무기를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낭비가 된다.”

―뮌헨안보회의 총재를 10여 년간 했는데,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같다. 그런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게 여전히 믿을 수 없다. 역사에 대한 지식도 없고, 국정 경험도 없다. 한국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이해관계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을 봐라. 우리의 관심사는 이렇다. 우리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독일도 그렇게 했다. 미국이 무엇을 할 것이라고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위해 미국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저 지켜보겠다는 식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거기에 대한 지지를 요구해야 한다. 독일 통일 때도 그렇게 했다. 독일 통일 전야에 주변의 4강이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과 프랑스다. 우리는 그 나라들에 통일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4강에 우리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분명히 요구했다. 우리는 4강이 독일에 대해 뭘 해줄지에 대해 기다리면서 지켜보지 않았다. 나는 미국 친구들에게 언젠가 미국이 뭘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을 즉각 알려 주고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했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말하면서 협력을 요구했다.”

musel@munhwa.com

1972년부터 콜 외교자문 BMW 재단 회장 등 역임

1940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연방의회 기민·기사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1972년부터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외교안보자문역을 맡기 시작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 이어 베텔스만재단 CEO, BMW재단 회장을 거쳐 보잉사 독일 대표로 일했고 뮌헨안보회의 총재로도 활동했다. 현재 독일 뮌헨공과대 경제학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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