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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9일(金)
“워싱턴 싱크탱크, 너희들은 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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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시대 ‘힘잃는 정책공룡’

■ 저무는 ‘K스트리트’ 싱크탱크

관료주의 부작용 - 기득권 혐오
‘미국 혁신 프로그램’에서 찬밥

부처 오가는 회전문 인사 끊겨
최강점 외교·안보 분야도 전멸

■ 뜨는 ‘월스트리트’ 컨설팅社

쿠슈너·배넌 등 정책결정 활용
맥킨지·골드만삭스 등 勢 커져

정파 안 치우친 맞춤형 보고서
신속성·마케팅‘싱크탱크 압도’


미국 공공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워싱턴 싱크탱크들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싱크탱크들이 반(反)주류·반(反)워싱턴을 내세워 당선된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찬밥’ 신세가 된 것. 설상가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금융·컨설팅 업체까지 발 빠른 대응을 무기로 공공정책 시장에 치고 들어오면서 이제는 ‘공룡’이 돼버린 싱크탱크들이 급격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전성기를 구가해오던 워싱턴 K 스트리트 싱크탱크들의 정책 브로커 역할이 크게 줄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미국 혁신(American Innovation)’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싱크탱크보다 컨설팅사를 더 활용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싱크탱크를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으로 간주,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15년 9월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민주당 성향의 싱크탱크로서 이곳 출신 연구원들이 민주당 정부에 많이 입각했다. 자료사진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부처와 싱크탱크를 오가는 ‘회전문’ 인사도 실종됐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거 빠져나온 장차관급 인사들은 넘쳐 나는데, 트럼프 행정부로 들어가는 싱크탱크 인사들은 확 줄어든 것. 초대 트럼프 내각의 특징인 3G, 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군 장성(Generals)·초갑부(Gazillionaires)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이 트럼프 행정부가 싱크탱크보다 월가에서 인사를 더 많이 수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싱크탱크의 최강점인 외교·안보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국무부 장관·부장관은 기업인·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이며 국방부 부장관도 군수업체 보잉 부사장 출신이다. 과거 행정부와 달리 싱크탱크 출신은 거의 전멸인 셈이다.

반면 맥킨지·골드만삭스·유라시아그룹 등을 위시한 컨설팅 업계는 약진하고 있다. 2015년 일부 컨설팅사는 수익의 4분의 1을 정부·비영리단체 자문에서 올렸을 정도라고 WP는 전했다. 컨설팅 업계의 공공정책 시장 진출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백악관 기능 개편을 맥킨지에 맡겼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하지만 컨설팅 업계가 대목을 맞은 것은 2000년대 이후 세계화와 이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정이 커지면서부터다. 정부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생화학테러·사이버안보 분야 프로젝트를 부즈앨런(Booz Allen)·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 등에 외주를 준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도·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부즈앨런에 고용된 직원이었다. 또 맥킨지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해서 사우디인들은 ‘계획부’를 아예 ‘맥킨지부’라고 부를 정도다.

싱크탱크 쇠퇴와 컨설팅 업계 부상이라는 현상의 이면에는 공룡처럼 몸집이 커진 싱크탱크의 관료주의 부작용도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컨설팅사들은 금융시장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예측뿐 아니라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만,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싱크탱크의 반응은 훨씬 느리다. 컨설팅사들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 궁극적으로 맞든, 틀리든 간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신속성이 생명인데, 싱크탱크가 컨설팅 업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또 컨설팅사들은 싱크탱크보다 이념적 정파에서 더 자유롭기 때문에 고객 요구에 맞는 맞춤형 보고서를 내놓기도 쉽다. 반면, 외국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싱크탱크들은 이해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컨설팅 업계는 마케팅 면에서도 싱크탱크를 따라잡고 있는데, 골드만삭스가 2001년 신흥경제시장을 가리켰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서 확산시킨 게 대표적이다. 컨설팅사 리가튬 연구소가 글로벌번영지수를 만들고, 맥킨지가 물류회사 DHL과 함께 국가 간 연결 지수를 만든 것도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WP는 “펜실베이니아대가 최근 발간한 올해 연례 싱크탱크 보고서에서 싱크탱크가 직면한 최대 경쟁상대로 컨설팅 업계를 꼽았다”면서 “하지만 컨설팅 업계는 돈이 되지 않는 외교정책 분야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싱크탱크의 역할은 필요하며, 싱크탱크가 어떤 식으로 적응해나갈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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