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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9일(金)
은퇴후 우울증 앓던 조씨, 아내와 토피어리 배우며 ‘신혼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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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강원 속초시노인복지관에서 김계출·손옥순 부부가 토피어리를 만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 곽성호 기자 tray92@

- 속초노인복지관 ‘9회말2아웃’ 참가 부부들

교직 은퇴후 무력감에 빠져
“누워만 있다가 복지관 찾아
부인과 함께하는 시간 소중”

뱃일 그만둔후 방황하던 金씨
부부활동 같이하며 활력 찾아
“취미공유하니 말 더 잘 통해”

‘30년 부부’ 이혼 10년새 2배
“은퇴후 자존감 하락이 불화로
공통취미 즐기며 상호 공감을”


“우리 남편이 손재주가 좋아서 뭐든 예쁘게 잘 만들어요. 그래서 딸들도 예뻐요.”

지난달 28일 강원 속초시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손옥순(여·67) 씨는 남편 김계출(66) 씨와 이끼를 다듬으며 오손도손 토피어리(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드는 기술 또는 작품)를 만들고 있었다. 손 씨는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토피어리를 만들면서도 틈틈이 김 씨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씨 부부가 처음부터 이렇게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 씨는 나이가 들어 뱃일을 그만둔 후 갑작스레 주어진 여유에 한동안 방황했다.

김 씨는 “젊었을 적 내가 뱃일을 나가다 보니 우리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며 “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해 혼자 운동을 하고 TV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우울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내의 추천으로 복지관에 같이 갔는데, 지금은 여기서 당구도 치고 부부활동도 같이하면서 인생을 재밌게 보내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와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다 보니 서로 말도 더 통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9회말 2아웃’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는 총 7쌍이었다. 모두 65세 이상 노년 부부다. 속초시노인복지관이 점차 증가하는 황혼 이혼을 방지하고자 2008년부터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부부 볼링 강습·노년기 성생활 강의·부부 달력 만들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원빈 사회복지사는 “은퇴 후 자존감 하락과 무기력감 등으로 노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고, 부부간 불화는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변화된 모습을 이해하고 여가 생활을 통해 공통된 취미를 즐기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등 부부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율은 30.4%에 달했다. 혼인 지속기간 20∼24년이 전체의 12.0%, 25∼29년 8.3%, 30년 이상 10.1% 순이었다. 결혼생활을 30년 이상 지속한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1만800건)는 10년 전(5200건)에 비해 2.1배로 늘었다. 또 60세 이상 이혼(남자 기준)도 지난해 1만2300쌍으로 2006년 6500쌍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실제 은퇴 후 갈등을 겪다 복지관을 찾은 부부는 적지 않았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토피어리를 들고 사진을 찍던 조창섭(76)·신화자(여·73) 부부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이들 부부는 조 씨가 교직을 은퇴한 후 우울증에 힘들어했던 과거를 회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조 씨는 “퇴직 후 내가 쓸모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져 한동안 방에만 누워있었다”며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아내도 집에서 계속 울었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아내가 복지관에 가자고 해 따라나서면서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아직도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하지만 자식 걱정, 미래 걱정에서 해방된 지금이 우리 부부에게 제일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 15년 전 은퇴한 후 속초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안기숙(여·68) 씨는 토피어리를 만드는 내내 청력이 약한 남편 조성실(73) 씨를 다정하게 챙겼다. 환한 웃음을 참지 못한 안 씨는 “평일에는 복지관에서, 주말에는 농장에서 남편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며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는 요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속초 =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mail 박효목 기자 / 정치부  박효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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