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분 망치는 공항면세점, 길막고 호객행위에 바가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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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은 정상가 2∼5배 폭리
“임대료 비싸서 불가피” 변명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장들이 과도한 호객행위를 하고 일부 약국들은 약값 폭리를 취하면서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여행 기분을 망치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내 여객터미널 면세점 화장품매장 앞 통로. 성인 남성 여러 명이 면세점 매장 바구니와 화장품 샘플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화장품을 홍보하기 위해 고용된 직원들로, 매장을 지나치는 관광객들을 따라가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여성 외국인 관광객들이 “쏘리(Sorry)”라며 상품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직원은 아예 관광객의 앞을 막아서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에 몇몇 관광객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태국인 관광객 P(여·30) 씨는 “다른 국가 면세점에서는 이렇게 여행객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공항 내 약국들은 비싼 약값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양모(38) 씨는 지난달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급하게 상비약을 샀다. 양 씨는 다른 곳에서 약을 구할 방법이 없었기에 시중에서 3000∼4000원만 내면 살 수 있는 분량의 약을 울며 겨자먹기로 1만5000원 넘게 주고 구매해야 했다. 양 씨는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일인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분개했다.

김모(29) 씨는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공항 외부에서 3000원에 판매하는 인공눈물을 2배 비싼 가격에 구매했는데, 영수증에는 3000원짜리 타이레놀 2개를 산 것으로 적혀 있었다. 김 씨가 “이렇게 엉뚱한 약품을 산 것으로 처리해도 되느냐”고 묻자 약국 직원은 “해당 상품에 맞는 바코드가 없어 대신 이렇게 처리해왔다”며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냥 쓰시라”고 대답했다. 공항 내 약국 관계자는 “약국끼리 저가 경쟁을 벌일 이유도 없고, 임대료가 비싸서 일반 약품을 시중보다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