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公正委 제1책무는 市場 활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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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가 내정됨으로써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가닥을 잡았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 교수가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 수장으로 등판하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돼 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김 내정자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재벌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국회 입법 전에도 세부 규칙과 행정지도 형식으로 재벌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해체됐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도 권한이 강화된 기업집단국으로 부활시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상시적으로 집중 조사케 하며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규제 목표를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에 두고 상위 주요 대기업집단 특히 4대 그룹을 집중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범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총자산의 3분의 2나 차지하고 있는데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자산 기준과 무관하게 일률적인 규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상위 그룹에는 실효성이 없어졌고 하위 그룹은 오히려 엄격하게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 질서 교란 정도가 아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법 집행의 강도를 달리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라는 이유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규제한다면 잘하는 기업에 불리하다.

김 내정자는 재벌개혁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재확립해 한국 경제에 활력을 되찾고 중소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재벌개혁과 경제활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개혁과 경제활력이 공존하기 어려운 상황은 빈번히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때 김 내정자가 경제활력보다 재벌개혁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경제는 빈사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웃 일본이 도처에 ‘국가전략 특구’를 지정해 드론과 원격의료 등 신사업을 자유롭게 시험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규제프리존’ 법안이 재벌 특혜 법안으로 낙인 찍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산분리 원칙 강화는 인터넷 뱅크의 운영에 차질을 주고 핀테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중앙화된 인증기관이 없이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에 중국이 7년간 약 33조 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각국이 경쟁에 돌입하고 기업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표준 규제 체계를 위한 관련 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재벌개혁 의지가 강할수록 기업은 투자 의욕을 접어 민간의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강조하자 유통 대기업들은 신규 출점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려고 한다.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도 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트 점원 자리 기회마저도 사라졌다. 공공 분야와 달리 민간 분야의 일자리는 재생산돼 후속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고 세수 기반을 넓혀 복지도 늘려준다.

지나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정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위험을 안고 있다. 민간경제는 강압적인 분위기만으로도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본다. 공정거래위는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일자리가 생기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