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對北 대화 재개, 核폐기가 대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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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의 핵(核) 보유 노력은 한국과 미국의 정권 변화와 무관하다. 북한은 굳건한 핵과 미사일을 통해 대내적으로 국가방위의 수단을 공고히 하고, 자체 결속을 다지려 한다. 대외적으로 대한·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한·미의 새 정부는 각각 전임 박근혜 정권의 대북(對北)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며,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핵·미사일의 실험중단 조건 아래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은근히 피력하고 있다. 국가가 안보를 위해 상대방에 다양한 책략들을 구사하고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상대방과 대화 추진 전략 역시 필요할 경우 적극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북·미 대화든, 남·북 대화든 대화 자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며, 북한의 대화 전략 목적은 한·미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략은 요지부동이다. 이전의 대화·협상에서 타결됐던 합의 사항들은 일방적으로 거의 파기됐다. 한·미의 대북 대화 용의 표명은 기존 대북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 정책은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첫째,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 강경정책, 즉 과거 미국이 구상했던 외과수술적 또는 예방적 공습이다. 국지전 위험성 때문에 당사국인 한국이 이를 선호하지 않았다. 둘째,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온건정책, 즉 남·북 회담, 북·미 회담 또는 6자회담 등이다. 양자 또는 6자회담은 중·장기적 북핵 해결의 협상 틀로 활용됐으나,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 두 정책을 동시에 병행하는 정책, 즉 군사적 수단 등 물리적 위협을 병행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경험상 협상 또는 대화를 통한 북한의 실질적 변화 유도는 거의 불가능했다. 나아가 이 방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 오직 일괄 타결 방식만이 가능하다. 첫째로 선(先) 핵 폐기, 후(後) 경제 지원, 둘째로 선 안보 보장, 후 핵 투명성 확보, 셋째로 선 비핵화 의무 준수, 후 북한과 비(非)적대적 협정 체결 등이 주된 대안이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대화 도중 북한은 전형적인 악순환, 즉 ‘도발→제재·압박→임시중단→협상→보상→재도발’을 반복했다. 북핵·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강도를 더하며 고조됐을 뿐이다.

물론 ‘올바른 여건’ 또는 ‘북한의 태도 변화’ 등과 같은 미묘한 언어 유희 또는 뉘앙스를 전제로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고려하는 남·북 대화 또는 북·미 대화 시도는 매우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미국의 대북 대화론은 한국 새 정부의 ‘대화 병행’ 기조, 중국의 대북 통제 요구와 북한의 태도 변화 기대감에 근거한다. 한국의 대북 대화 재개 입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전제 조건의 변화와 전임 정부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북한 비핵화 내지 핵 폐기라는 최종 목표는 결코 포기될 수 없다.

대화를 추진하려는 실천 전략 역시 더 구체화돼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대화 또는 협상만이 유일한 방안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불량국가인 북한에 적절치 못했다. 북한과 대화 재개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 즉 핵·미사일 위협이 궁극적으로 북한 자체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할 때에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지적해 둔다.